출근길 버스 '급출발'에 가방으로 다른 승객 '퍽'…이거 제 잘못인가요?
출근길 버스 '급출발'에 가방으로 다른 승객 '퍽'…이거 제 잘못인가요?
변호사들 "개인 책임 묻기 어려워…핵심은 버스회사 책임"

만원 버스에서 급출발로 가방이 다른 승객을 쳤을 경우, 승객의 고의나 과실이 없다면 법적 책임은 버스 기사와 회사에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내 가방에 맞은 승객, 병원비 달라고 한다면?
만원 버스에 올라타 겨우 남은 한자리를 향해 걸어가던 아침. 갑작스러운 버스의 급출발에 몸이 휘청이며 가방이 다른 승객의 얼굴을 때렸다.
피해 승객은 아프다며 연락처를 요구했다. 출근길에 날벼락처럼 찾아온 이 상황,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가방 주인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내 잘못일까?"…불안한 승객의 호소
평범한 직장인 A씨의 출근길은 악몽이 됐다. 아침 8시경, 버스에 마지막으로 올라탄 A씨는 뒷좌석으로 이동하던 중이었다. 그가 좌석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버스가 갑자기 출발하며 중심을 잃고 휘청였다. 이 과정에서 A씨의 가방이 앉아있던 다른 승객의 얼굴과 부딪혔다.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며 A씨에게 연락처를 요구했다. A씨는 덜컥 겁이 났다. 혹시라도 소송을 당해 병원비를 물어줘야 하는 건 아닌지, 이 상황을 버스 기사에게 알려야 하는 건지 눈앞이 캄캄해졌다. A씨는 결국 법률 상담의 문을 두드렸다.
변호사들 "고의·과실 없어…책임 주체는 버스회사"
A씨의 사연을 접한 변호사들은 사고의 핵심 원인이 A씨의 부주의가 아닌 '버스의 급출발'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승객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사고의 책임은 운전자와 버스회사에 있다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버스 기사의 급출발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만큼, 버스 회사 측의 배상책임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스라는 공공교통수단 내에서 발생한 사고이고, 급출발이라는 외부 요인이 주된 원인이었다는 점에서 버스 회사의 보험으로 처리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관련 법규와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자동차 운행으로 다른 사람이 다친 경우, 운행자가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진다고 규정한다. 특히 승객이 다쳤을 때는 승객의 고의나 자살행위가 아닌 한 운행자는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법원 역시 "버스 운전자는 승객이 자리에 앉았는지를 살피지 않은 채 급하게 출발해 승객을 넘어지게 한 경우 과실이 있다"고 판단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나13864 판결).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의)는 "상대방이 A씨를 과실치상죄로 고소할 수는 있으나, 버스의 급출발로 인한 접촉사고로 과실치상 보다는 버스회사를 상대로 보험처리를 요구하는 게 맞을 듯하다"며 책임의 화살이 버스회사를 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소송까지 갈까? "실익 없어…배보다 배꼽"
그렇다면 피해자가 A씨를 상대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소송까지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실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김민후 변호사(법무법인 선)는 "소송을 할 수는 있겠지만 변호사 비용이 더 비싸서 실익이 높지 않다고 판단해 소송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며 "형사 책임도 성립하지 않아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조대진 변호사(윈앤파트너스 법률사무소)도 "상대방이 치료비 등을 청구해올 수는 있으나 소송으로 진행하기에는 실익이 크지 않다"고 거들었다. 즉, 피해자 입장에서도 개인을 상대로 법적 다툼을 벌이기보다 버스회사의 보험을 통해 처리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분석이다.
현명한 대처법은? "사고 신고하고, 증거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에 처했을 때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사고 사실을 버스회사에 즉시 알리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는 "사고 당시의 시간, 노선번호, 차량번호 등을 기록해두는 것이 좋다"며 "현장에 있던 다른 승객들의 연락처나 목격 진술을 확보할 수 있다면 더욱 좋다"고 조언했다. 버스 내부 CCTV 영상은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으므로, 삭제되기 전에 버스회사에 영상 보존을 요청하는 것도 필수다.
피해자와의 소통 방식도 중요하다. 인도적 차원에서 사과를 표하는 것은 좋지만, 섣불리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발언은 삼가야 한다.
김묘연 변호사(법률사무소 집현전)는 "상대방에게 버스회사로의 보험 접수를 요청하도록 안내해 주면 된다"며 피해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정확한 절차를 알려주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고 말했다. 만약 피해자가 과도한 합의금을 요구한다면, 이는 버스회사가 처리할 사안임을 명확히 하고 선을 긋는 단호함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