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만원에 퉁치자더니…'나이롱 환자' 소송 겁박한 버스회사
30만원에 퉁치자더니…'나이롱 환자' 소송 겁박한 버스회사
사고 승객 대인접수 거부 후 돌연 태세전환…법조계 "증거 명백, 압박용 카드일 뿐"

버스 추돌사고 피해 승객이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자, 버스회사는 30만원 합의 시도를 번복하고 '다칠 사고가 아니었다'며 소송을 예고했다. / AI 생성 이미지
출근길 버스 추돌사고로 다친 승객이 회사의 무대응에 직접 보험금을 청구하자, 버스회사가 '다칠 사고 아니었다'며 소송을 예고하고 나섰다. 사고 직후 30만원에 개인 합의를 시도했던 것과 180도 다른 태도다.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에게 유리한 객관적 증거가 충분하며, 심리적 압박에 흔들리지 말고 법적 절차에 맞춰 대응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조언한다.
"30만원에 합의하시죠"…피해자 두 번 울린 버스회사
평범한 출근길, A씨는 급행버스에 타고 있다가 다른 버스와의 추돌사고로 왼쪽 발목과 허리를 다쳤다. 즉시 버스회사 측에 대인 접수(자동차보험의 대인배상 접수)를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은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고통을 참다못한 A씨가 지난 4월 3일 경찰서에 사고를 접수하자, 그제야 버스기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치료나 사과가 아닌 "30만원으로 개인합의를 하자"는 제안이었다.
A씨가 이를 거절하고 정식 대인 접수를 재차 요구했지만 묵살당했고, 결국 사비 약 70만 원을 들여 15차례나 통원 치료를 받아야 했다.
피해자가 직접 나서자…'나이롱 환자' 취급하며 소송 협박
A씨는 더 이상 회사의 처분만 기다릴 수 없었다. 5월 15일, 교통사고사실확인서와 진단서를 직접 챙겨 공제조합에 '직접청구권'을 행사했다. 피해자가 가해자 측 보험사에 직접 보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서류가 접수된 지 일주일 만에 대인 접수번호가 발급됐고, 밀렸던 병원 치료비에 대한 지불보증 처리도 완료됐다. A씨가 먼저 냈던 70만 원도 병원에서 돌려받을 길이 열렸다.
사건이 해결되는 듯 보였지만,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였다. 버스회사 측에서 "이 정도의 사고로 부상자가 생길 수 있냐"며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온 것이다. 배상 책임 자체가 없다는 점을 법원에서 확인받겠다는 초강수였다.
법조계 "겁먹고 합의? 절대 안 돼…기록이 가장 강력한 무기"
황당한 상황에 놓인 A씨. 법률 전문가들은 버스회사의 소송 예고가 합의금을 낮추거나 책임을 회피하려는 '압박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법무법인 창세 김정묵 변호사는 "버스회사 측에서 '이 정도 사고로 다칠 수 있냐'며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말만으로 겁먹고 치료를 중단하거나 낮은 금액에 합의하실 필요는 없습니다"라고 단언했다.
A씨는 이미 ▲경찰에 정식 접수된 교통사고사실확인서 ▲병원 진단서 ▲15회에 걸친 꾸준한 통원 치료 기록 ▲공제조합의 지불보증 승인 등 사고와 부상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다수 확보한 상태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사고 직후 기사가 개인 합의를 시도했다는 점은 당시 그들이 사고의 책임을 인지하고 있었음을 방증하는 유력한 정황 증거가 됩니다"라며 A씨에게 유리한 점을 짚었다.
실제 소송엔 '반소'로 맞대응…'인과관계' 입증이 핵심
만약 버스회사가 실제 소송을 제기하면, 법적 다툼의 핵심은 '사고와 부상 사이의 인과관계'가 된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이 사안의 핵심은 사고 규모가 아니라 사고와 부상 사이의 연결성을 어떻게 입증하느냐입니다"라고 강조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은 피해자가 '피고'가 되어 소송에 응해야 하므로, 입증 책임 부담이 있다.
전문가들은 소장이 송달되면 30일의 답변서 제출 기한을 반드시 지키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반소(맞소송)'를 함께 제기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특히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제3조는 승객이 고의나 자살행위로 다친 것이 아닌 이상 운행자가 책임을 지도록 강하게 보호하고 있어, '경미한 사고'라는 주장만으로 버스회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