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안 쓰면 회사에 알린다” 졸업생 옭아맨 교수의 협박, 죄가 될까?
“논문 안 쓰면 회사에 알린다” 졸업생 옭아맨 교수의 협박, 죄가 될까?
대학원 졸업 후에도 이어진 지도교수의 논문 작성 요구와 협박. 법률 전문가들은 “명백한 협박죄, 강요죄”라며 증거 확보와 법적 대응을 조언했다.

대학원 시절 지도 교수가 졸업 후 취업한 제자에게 논문 작성을 강요하며 불응 시 회사에 알리겠다고 협박하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네가 거부하면, 너희 회사 인사팀은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2025년 8월, A씨는 꿈에 그리던 석사모를 썼다. 길었던 대학원 생활을 마치고 원하던 회사에 입사하며 사회인으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졸업의 기쁨은 잠시, 전 지도교수의 연락 한 통에 악몽이 시작됐다. 졸업 후에도 논문 작성을 요구하며, "불응 시 회사 인사팀에 대화 내용을 모두 알리겠다”는 협박까지 서슴지 않은 것이다.
사건의 발단은 졸업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는 단독 1저자로 학술 논문을 준비했지만, 일정이 늦어지면서 다른 주제로 석사 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졸업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지도교수는 “초록과 서론, 결론만 써주면 나머지는 정리해서 논문을 내주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졸업 후 상황은 달라졌다. 지도교수는 박사 과정 선배를 공동 1저자로 올리라고 지시했다. A씨는 자신이 애착을 갖고 연구한 분야인 만큼, 단독 저자라면 기꺼이 논문을 마무리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지만 교수는 이를 묵살했다. 결국 A씨는 공동 저자 등재에 동의할 수 없으며, 논문 작업에 더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교수의 태도가 돌변했다. 그는 A씨에게 특정 분량을 할당하며 논문 작성을 강요했다. A씨가 잦은 야근과 출장 등 회사 업무로 인해 불가능하다고 거절하자, 교수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회사 인사팀에 연락해 당신과 나눈 대화 내용을 캡처해서 전달하겠다”는 협박이었다.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A씨에게는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공포였다.
변호사 8인 이구동성 “명백한 범죄…증거부터 모아라”
졸지에 범죄의 피해자가 된 A씨의 사연에 법률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진단했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교수의 행위가 형법상 협박죄와 강요죄(또는 강요미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오승윤 변호사는 “지도교수가 인사팀에 연락하겠다는 행위는 A씨의 입장에서 충분히 공포심이 들 수 있고, 이는 협박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대청의 김희원 변호사 역시 “교수의 행위는 협박을 하여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강요 미수에 해당한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교수의 협박이 실제 A씨의 회사 생활에 불이익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해당 논문은 입사 지원서에 기재된 적도 없고, 현재 직무와도 무관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명륜 오지영 변호사는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교수의 행위 자체가 범죄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사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한 첫 번째 대응책은 ‘증거 확보’다. 오승윤 변호사는 “지도교수의 협박성 메시지나 통화내역을 모두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렉스의 김인혁 변호사도 “가능한 한 모든 대화 내용에 대한 캡처나 이메일 등을 확보하라”고 강조했다. 이 증거들은 향후 형사 고소나 대학 내 징계 절차를 밟을 때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졸업장도 끊지 못한 ‘교수 갑질’의 족쇄
A씨의 사례는 단순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학계에 만연한 ‘권력형 갑질’의 단면을 보여준다. 법률사무소 새율의 윤준기 변호사는 “전형적인 권력형 갑질 및 협박에 해당한다”며 “졸업생에 대해서는 지도교수라 하더라도 더 이상 지도·감독의 권한이 없으며, 특히 취업 후 업무와 무관한 논문 작성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부당행위”라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연구 결과물의 저자를 부당하게 바꾸려는 시도는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연구에 기여한 사람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저자 자격을 주지 않거나, 기여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격을 주는 행위를 ‘연구부정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교수의 저자 변경 지시는 이러한 연구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A씨가 취할 수 있는 조치로 내용증명 발송, 대학 연구윤리위원회 신고, 형사 고소 등을 제시했다. 먼저 내용증명을 통해 논문 작성 의무가 없으며, 협박을 중단하지 않을 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명확히 경고하는 방법이다. 이후에도 교수의 부당한 요구가 계속된다면, 확보된 증거를 바탕으로 대학 본부에 공식 민원을 제기하거나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해 법의 심판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A씨의 사례는 졸업장으로도 끊어내지 못한 학계의 어두운 단면을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교수의 행위가 단순한 갈등을 넘어 명백한 형법상 범죄(협박죄, 강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또한 연구 기여도 없이 저자명을 바꾸려는 시도는 연구윤리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연구부정행위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권력형 갑질’에 맞서기 위해 협박 메시지 등 증거를 확보하고, 내용증명 발송부터 대학 연구윤리위 신고, 형사 고소까지 적극적인 법적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