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채 건축왕, 세 번째 재판도 징역 7년…공범 대거 무죄
2700채 건축왕, 세 번째 재판도 징역 7년…공범 대거 무죄
법원 '자본 없이 돌려막기' 질타
딸 포함 19명은 '편취 고의' 증명 부족 무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수백 명의 보증금을 삼킨 '건축왕' 남모(63)씨가 세 번째 전세사기 재판에서도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으며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5차례에 걸쳐 기소된 그의 범죄 행각 중 세 번째 사건에 대한 1심 판단이다.
피해자 눈물은 마르지 않았는데…공범 19명은 왜 풀려났나
인천지법 형사17단독 김은혜 판사는 18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는 앞서 검찰이 그에게 구형했던 징역 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이다. 하지만 함께 재판에 넘겨진 공범 28명 중 19명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남씨의 딸도 무죄 명단에 포함됐다. 나머지 8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 1명은 벌금형에 그쳤다.
김 판사는 무죄 판결에 대해 "잘못이 없다는 취지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범행에는 가담했으나 편취의 고의(사기를 치려는 명확한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려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범죄에 가담한 정황은 있지만, 처음부터 돈을 가로챌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가담했는지에 대한 검찰의 증명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자본 없이 돌려막기"…법원이 지적한 범죄의 민낯
법원은 남씨의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질타했다. 김 판사는 "피고인은 타인 명의로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 전세 보증금을 받아 대출 채무를 돌려막는 방식으로 자기 자본 없이 부동산을 관리했다"며 범행 수법의 악질성을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 중 일부는 경매를 통해 피해를 복구했으나 대부분 피해 복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며, 회복되지 않은 피해 상황이 양형에 고려됐음을 시사했다.
공범들에 대해서도 "남씨의 자금 경색 상황을 알면서도 조직적으로 범행에 가담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받은 이들의 책임을 분명히 했다.
끝나지 않은 재판, 쌓여가는 형량…'건축왕'의 남은 죗값은?
이번 판결은 남씨가 기소된 5건의 사건 중 세 번째에 불과하다. 이번 재판에서 다룬 피해액은 83억 원(피해자 102명)이지만, 그가 저지른 전체 전세사기 혐의 액수는 589억 원(피해자 820명)에 달한다.
남씨는 이미 148억 원대 사기 혐의(1차 기소)로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고, 305억 원대 사기 혐의(2차 기소)로는 1심에서 징역 15년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아직 1심 재판이 진행 중인 4, 5차 기소 사건까지 남아있어 그의 형량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한때 인천과 경기 일대에서 주택 2700채를 굴리며 '건축왕'으로 불렸던 그의 신화는 수많은 피해자의 눈물과 비극으로 막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2월부터 5월 사이, 그의 일당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 4명이 연이어 세상을 등지는 안타까운 사건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