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우진·조정식 등 46명 기소... 4억 거래가 부른 ‘사교육 카르텔’의 최후는?
현우진·조정식 등 46명 기소... 4억 거래가 부른 ‘사교육 카르텔’의 최후는?
검찰, 일타강사-현직 교사 간 문항 매매 포착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행

수능 성적표 확인 /연합뉴스
대한민국 사교육계의 상징적인 인물들이 현직 교사들과 수억 원대 문항 거래를 한 혐의로 결국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검사 최태은)는 2025년 12월 29일, 일타강사로 불리는 현우진(38)씨와 조정식(43)씨를 포함한 사교육업체 관계자 11명과 전현직 교사 35명 등 총 46명을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에 대해 현우진 씨는 지난달 31일 메가스터디 홈페이지를 통해 입장문을 내고 "수능 문제를 거래한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최근 불거진 논란과 관련한 5가지 핵심 쟁점에 대해 해명하며 의혹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번 사건은 공교육의 핵심인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 시장과 결탁해 거액의 금품을 수수한 ‘사교육 카르텔’ 수사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검찰 조사 결과, 현우진 씨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현직 교사 3명에게 문항 제작을 조건으로 총 4억여 원을 전달했으며, 조정식 씨는 같은 기간 8,000만 원을 지급하고 문항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조 씨에게는 EBS 교재가 발간되기 전 문항을 미리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배임교사 혐의가 추가로 적용되어 법적 책임의 무게가 더해졌다.
현우진 씨는 현직 교사 신분의 EBS 저자들과 문항 거래를 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문항 공모와 외부 업체를 포함한 여러 문항 수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며 "교사라는 이유로 프리미엄을 지급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문항을 제공한 교사들은 이미 시중 교재 집필 이력이 활발한 인물들이었다"며 "오롯이 문항의 퀄리티를 기준으로 평가해 구매를 해왔다"고 설명했다.
문제 하나에 50만 원... EBS 교재 선공개까지 오간 은밀한 뒷거래
거래의 실태는 구체적이고 치밀했다. 이들과 거래한 교사들은 주로 EBS 교재 집필진이나 수능 모의고사 출제위원을 지낸 핵심 인력들이었다. 문항 1개당 단가는 최소 10만 원에서 최대 50만 원 선에서 책정되었으며, 통상 20~30개를 묶은 세트 단위로 거래가 이뤄졌다. 일부 교사는 사교육업체와 전속 계약을 맺고 독점적으로 문항을 판매하며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 씨는 위법성 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독점 계약이 아니었다. 해당 교사들이 이미 EBS 및 시중 출판·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고 있었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보수를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른바 '사교육 카르텔' 지적에 대해선 "카르텔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인원이 적다"며 "학연·지연과 무관한 단순 문항 공급 채널 중 하나였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수능 문제 출제에 직접 관여하는 상황에서도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판매한 교사들이 존재했다는 점이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100명 중 혐의가 중하고 죄질이 불량한 46명을 선별하여 기소했다. 이는 단순한 원고료 지급 수준을 넘어, 공교육의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부정한 거래’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당한 원고료” 주장의 함정... 청탁금지법 위반 여부 가를 핵심 쟁점
재판의 최대 분수령은 강사들이 지급한 금품이 청탁금지법상 ‘정당한 권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조정식 씨 측 변호인인 최봉균 법무법인 평안 변호사는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많으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적극적으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교사들이 제작한 ‘문항’이라는 창작물에 대한 정당한 용역 대가이므로 법 위반이 아니라는 취지의 방어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청탁금지법 제8조 제1항 및 제5항은 공직자등이 동일인으로부터 1회 100만 원, 연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수수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2024. 11. 20. 선고 2020도15212 판결)에 따르면, 부정청탁을 받고 그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경우 대가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 대상이 됨을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문항 제작 대가’라는 명목이 고액의 금품 수수를 정당화할 수 있는 합리적인 수준인지를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징역형과 수억 원대 추징금 위기... 법원이 내릴 최종 판단의 무게
유죄가 확정될 경우 기소된 이들은 강력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청탁금지법 제22조에 따르면 금품 제공자와 수수자 모두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과거 유사 사례(대구지방법원 2022. 10. 13. 선고 2022노1125 판결 등)에서 법원은 공무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하며 그 책임을 엄중히 물은 바 있다.
또한 수수한 금품 전액에 대한 몰수 및 추징 조치도 뒤따른다. 청탁금지법 제22조 제4항에 근거하여 현우진 씨와 조정식 씨가 제공한 4억 원과 8,000만 원 상당의 금액은 물론, 이를 받은 교사들 역시 수수 금액 전액을 국가에 반납해야 한다. 무엇보다 현직 교사들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당연퇴직 사유에 해당해 교직을 잃게 된다는 점에서, 이번 재판은 사교육계와 공교육계 모두에 전례 없는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