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의 충격' 수능 영어... 평가원장 사임에도 수험생 법적 구제 '산 넘어 산'
'3%의 충격' 수능 영어... 평가원장 사임에도 수험생 법적 구제 '산 넘어 산'
1등급 비율 3.11%
94년 수능 도입 이래 역대 최저치

수능 수학·영어 교육과정 준수 여부 분석결과 발표 기자회견 /연합뉴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영어 영역이 전례 없는 난이도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수능 출제를 총괄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이 전격 사임했다.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 영역의 1등급 비율이 3.11%에 그치며, 상대평가 1등급 기준인 4%보다도 낮게 집계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 10일 "수능 영어 영역 난이도 조절 실패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며 취임 2년 4개월 만에 사임 의사를 밝혔다. 지난해 수능(6.22%)의 절반 수준이자 1994년 수능 도입 이래 전 과목을 통틀어 최저 1등급 비율이라는 성적표는 수험생들에게 큰 혼란을 안겼다. 과도한 경쟁을 줄이고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절대평가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과 함께, 피해를 본 수험생들의 법적 구제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절대평가의 역설, 예측 가능성 붕괴에 따른 혼란
이번 논란의 핵심은 수험생들의 '예측 가능성'이 붕괴되었다는 점이다. 수능 영어는 2018학년도부터 절대평가로 전환되어 원점수 90점만 넘으면 누구나 1등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이번 시험의 1등급 비율(3.11%)은 상대평가 등급 컷보다 낮아 사실상 최상위권 변별만을 위한 시험이 되었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결과는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이라는 제도의 목적과 배치된다. 평가원장의 사임은 이에 대한 도의적·정무적 책임을 진 것이나, 수험생들이 입은 실질적인 불이익—수시 최저학력기준 미충족 등—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법조계 "난이도 조절은 국가의 광범위한 재량"... 소송 승소 가능성 낮아
일각에서는 행정소송이나 국가배상청구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법조계의 분석에 따르면 실질적인 법적 구제는 어려울 전망이다. 단순히 '문제가 너무 어려웠다'는 사실만으로는 국가의 위법성을 입증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과거 헌법재판소 판례(2017헌마691)에 따르면 국가는 수능시험의 출제 방향이나 원칙을 정하는 데 있어 폭넓은 재량권을 가진다. 출제 난이도 조절은 고도의 전문적 판단 영역에 속하므로, 결과적으로 1등급 비율이 낮아졌다는 사실만으로 재량권 일탈·남용을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이는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당시에는 문항 자체에 명백한 과학적 오류가 있어 정답 결정 처분이 취소되었으나, 이번 영어 영역 논란은 문항의 '오류'가 아닌 '난이도'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객관적인 정답이 없는 오출제와 달리, 난이도 실패는 위법 행위로 구성하기 매우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신뢰보호원칙' 적용도 한계... 구체적 손해 입증 어려워
행정법상 '신뢰보호원칙' 위반 여부도 쟁점이지만 이 또한 인정받기 쉽지 않다. 2002년 변리사 시험 사건의 경우, 시험 직전 합격자 결정 방식이 절대평가에서 상대평가로 변경된 점이 위법하게 판단되었다. 그러나 이번 수능은 절대평가라는 '제도' 자체는 유지된 채 '난이도'가 급등한 경우여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다.
또한 국가배상청구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공무원의 고의·과실로 인한 위법행위와 구체적인 손해 발생 사이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에서 개별 수험생의 불합격이나 손해가 오직 영어 영역의 난이도 상승 때문이라고 특정하여 입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국 오승걸 원장의 사임으로 사태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법적 책임을 묻기 힘든 구조 속에서 수험생들의 피해 구제는 요원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평가원의 난이도 검증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수험생들에게 일관성 있는 출제 기조를 보장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