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1순위 세입자'의 역설, "내 집을 내가 낙찰?"
전세사기 '1순위 세입자'의 역설, "내 집을 내가 낙찰?"
'깡통전세' 탈출구는 LH 우선매수권 양도…변호사들 '한목소리'

전세사기 피해자가 시세보다 비싼 '깡통전세'를 떠안을 위기에 처하자, 법률 전문가들은 피해자의 '우선매수권'을 LH에 양도해 주택을 낙찰받게 하는 것을 해법으로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30명이 넘는 피해자를 양산한 전세사기 사건, 집주인은 재산을 빼돌리고 자취를 감췄다. 법적으로 가장 강력한 '1순위' 권리를 가진 세입자가 오히려 시세보다 비싼 '깡통전세'를 떠안을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
법률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만 주어지는 '우선매수권'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넘기는 것만이 유일한 탈출구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순위'가 족쇄로…“집은 사고 싶지 않습니다”
대규모 전세사기 사건의 피해자 A씨는 남들과 조금 다른 고민에 빠졌다. 피해자만 30명이 넘고, 집주인은 이미 재산을 가족 명의로 돌린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가상 A씨가 사는 아파트는 전세금이 시세보다 3천만 원이나 비싼 '깡통전세'다.
A씨는 "집을 매매하고 싶지 않고, 앞으로 1-2년 더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LH가 집을 인수해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A씨에게는 다행히 다른 근저당이 없는 상태에서 '전세권 설정' 등기를 마쳐 보증금 반환 1순위라는 강력한 법적 권리가 있다. 하지만 바로 이 막강한 권리가 오히려 A씨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변호사단 만장일치 해법, ‘LH에 우선매수권 넘겨라’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딜레마를 타개할 핵심 전략으로 'LH 우선매수권 양도'를 만장일치로 제시했다. 이는 A씨가 깡통전세를 억지로 떠안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면서 주거 안정을 꾀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먼저 민사소송에서 승소해 강제경매를 신청한 뒤,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부여받은 우선매수 권리를 LH에 넘기는 방식이다. 홍윤석 변호사는 "A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결정된 상태이므로, 경매 절차에서 발생하는 '우선매수권'을 LH에 양도하여 LH가 해당 주택을 낙찰받게 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히 설명했다.
이충호 변호사 역시 현재 깡통전세 상황에서는 임대인의 다른 재산을 찾는 것보다 "현재 거주 중인 주택의 공공매입에 집중하는 것이 합리적인 대처법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셀프 낙찰'의 덫과 '공동 대응'의 필요성
A씨의 1순위 권리는 경매 시장에서 아무도 입찰하지 않는 역설적인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집을 낙찰받아도 그 돈이 고스란히 1순위인 A씨에게 배당되기 때문에, 시세보다 비싼 보증금이 걸린 집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김명수 변호사는 이 지점을 지적하며 "임차인이 1순위 권리자라면 낙찰받으려는 사람이 없을 수 있는바, 그런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임차인께서 셀프낙찰을 받아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라고 경고했다.
한편, 집주인이 빼돌린 재산을 추적하는 '사해행위 취소소송'에 대해서는 신중론이 제기됐다. 조기현 변호사는 "단독으로 진행하기보다 다른 피해자들과 공동 대응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라며 개인이 감당하기엔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A씨의 사례는 법적 권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그 권리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사용할 것인지가 전세사기 피해 구제의 핵심임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