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2) 영유아기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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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 (2) 영유아기 (상)

2022. 02. 03 13:51 작성2022. 04. 20 16:50 수정
임수희 부장판사의 썸네일 이미지
sooheelim@scour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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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아기를 어떻게 면접교섭을 하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아이라 할지라도 꼭 면접교섭을 해야 한다. /게티이미지코리아

# 민정씨 이야기

민정씨는 요즘 동훈이 때문에 고민이 많다.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를 위해선 이게 최선인 거 같은데 왜 상황이 생각대로 따라와 주질 않는지, 더구나 아이 아빠란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아이 생각은 조금도 안 할 수 있는지 답답하기만 했다.


선을 봐서 급하게 한 결혼이 금방 어그러지고 동훈이 아직 돌잔치도 못 했을 때 한 이혼이라 상처가 컸다.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준비할 여유도 없었다. 그저 동훈이 키우며 살아남는 거 자체가 목적이었던 날들을 몇 해나 보냈다. 그 힘든 시간 동안 동훈이 아빠가 양육비를 보내거나 안부라도 물어 온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민정씨가 동훈 아빠에게 연락을 한 적도 한 번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동훈이 옆에는 엄마만 있었던 것처럼 민정씨는 동훈이에게 아빠 얘길 아예 꺼내지 않았다. 아니, 없는 존재인 아빠 얘길 할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동훈이가 서너 살 무렵 민정씨는 다행히 자상한 영진씨를 만나 점점 가까워졌다. 처음에는 직장 동료였다가 가까운 친구로, 어느 순간부터는 남자친구로, 그리고 애인으로 발전하였다. 영진씨가 집에 드나들면서는 자연스레 동훈이와도 가까워졌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동훈이와 놀아주고 돌봐주는 영진씨를 보면서 민정씨는 새 가정에 대한 희망도 가지게 되었고, 어느 때인가부터 영진씨를 아빠라고 부르는 동훈이를 보면서 마음 한 켠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민정씨는 결국 영진씨와 재혼을 했다. 동훈이에게 이런저런 설명을 하지 못한 채, 그냥 영진씨와 동훈이는 부자지간으로 지냈다. 뭐랄까 그냥 이런 평온함을 깨길 원치 않았고 특별히 일부러 어떤 설명을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으니까. 한번은 동네에서 마주친 아주머니 한 분이 "아빠랑 아들이 아주 붕어빵이네~" 하며 지나갈 정도였다. 그런 평온한 시간들이 흘러갈 동안 민정씨는 모처럼의 안온함이 깨지지 않기만을 바랬다.


그러다 동훈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되자, 민정씨와 영진씨는 보다 과감한 결정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왜냐면 동훈이가 아빠라고 부르며 가족으로 함께 지내는 새 아빠의 성인 '박'씨를 따서 집에서는 동훈이를 '박동훈'으로 부르고 있는데, 가족관계나 주민등록 서류에는 친아빠의 성을 딴 '조동훈'이 동훈이의 공식적 성명이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닐 때는 그럭저럭 지나왔는데, 이제 초등학교에 입학을 시키려니, 이름을 정리하지 않으면 영 불편하고 여러 복잡한 일들이 생길 것만 같았다. 민정씨는 자기 성을 딴 '송'동훈으로, 즉 엄마의 성으로 바꿀까도 고민했지만, 결국 영진씨와의 상의 끝에 새 아빠 성대로 '박동훈'으로 아이의 성본변경을 법원에 청구하기로 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혼 후 단 한 번도 양육비는커녕 연락 한번 안 해오던 친아빠 조경수씨가 아이의 성본변경청구에 대하여 '부동의 의견서'를 냈다는 연락을 법원에서 받았다. 이거 뭐 어쩌자는 거지? 머리끝까지 화가 났다. 영진씨에게도 왠지 부끄러웠다. 동훈이에게는 뭐라 해야 하지? 답답하고 고민이 깊어진다.


# 경수씨 이야기

경수씨는 법원에서 날라 온 서류를 들고는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이게 무슨 말이지? 뭘 바꾼다고? 무슨 의견을 내라고? 숨을 몰아쉬고는 찬찬히 서류를 들여다보니, 내 아들 '조동훈'을 계부의 성으로 바꿔서 '박동훈'으로 바꾸려는데, 의견을 내라는 것이었다.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경수씨가 원해서 이혼한 것도 아니었다. 선으로 만났지만 경수씨는 민정씨가 바로 마음에 들었다. 빨리 사귀고 싶었고 그래서 적극적으로 구애하면서 생각지 않은 임신을 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급하게 결혼을 하고서 보니, 경수씨로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민정씨와 매일 부딪혔다. 민정씨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무조건 맞춰주려 했는데, 더구나 임신까지 한 산모니까 무조건 잘해주려고 했는데, 도리어 역효과만 났고, 갈등과 골은 점차 깊어졌다. 민정씨가 동훈이를 낳고 나서는 오히려 싸움이 더 격해지기까지 했다. 출산우울증이냐? 좀 진정해라! 이 말을 듣고 난 민정씨는 더 폭발을 했다. 그걸 말이라고 하냐? 당신은 나에게 관심도 없고 사랑하지도 않아! 민정씨로부터 그 말을 듣고 나서, 그 후에 민정씨와 이혼 얘기까지 오가고 나서는 경수씨도 더 이상 어떤 노력도 무의미하단 절망에 빠졌다. 그냥 원하는 대로 다 해주고 끝내자, 뭐 이런 생각만 들었다.


그 후론 사실 경수씨는 무슨 일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이혼하면서 민정씨에게서 들었던 매정한 말들 때문에 움츠러들었다. 이혼해! 다시는 안 만났으면 좋겠어!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능력도 안 되는 주제에 괜히 아빠 행세 같은 거도 하려고 들지 마! 민정씨의 가시 돋친 말들이 귀에서 돌다가 가슴에 와서 박혔다. 그냥 혼자 지내면서 민정씨 말대로 연락하지도 찾아가지도 않았다. 가끔 동훈이가 생각났고 어떨 땐 갑자기 돌아버리게 보고 싶단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연락을 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들이 들어서 참고 말게 되었다. 막상 만나면 뭔가 너무 복잡할 거 같은데, 그걸 넘어설 용기가 나질 않았다.


몇 해가 지나서 경수씨도 새로운 여자친구 채린씨가 생겼다. 재혼 얘기가 오가면서 잠깐씩은 동훈이를 데려올까? 하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다. 동훈이가 많이 컸을 텐데 어떻게 지낼까 궁금하기도 했다. 언젠가 상황이 좋아지면, 언젠가 기회가 되면, 다시 볼 날이 있겠지, 혹시 데려올 수 있을지도 모르지. 이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동훈이의 성본변경청구가 되었다는 연락을 법원에서 받고는, 경수씨는 이제는 더 이상은 그냥 이런 식으로는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혼할 때부터 쌓였던 왠지 모를 억울함이 터지는 듯했다. 그동안에는 하자는 대로, 하라는 대로 했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엄연히 내가 아빠인데, 성은 당연히 못 바꿔주고, 오히려 동훈이를 만나야겠다! 아빠의 권리라도 되찾아야겠다!


# 동훈이의 이야기는?

작년 6월에 "우리 아이를 위한 최선의 면접교섭(1) 원칙과 기준"이란 칼럼으로 로톡뉴스에서 찾아뵌 지 너무도 오랜만에 다시 여러분을 뵙습니다.


아니, 면접교섭 얘기를 하려는 줄 알았는데, 웬 성본변경 얘기냐고요? 네, 성본변경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영유아기 면접교섭 얘기를 하려는 것이 맞고요. 영유아기 면접교섭 얘기에 있어서,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우선 반복적으로 강조되어야 하는 것이 "어떤 경우에도 면접교섭을 해야 한다!"는 면접교섭의 필요성과 당위이기 때문에, 그 배경이 되는 상황을 그려 보이다 보니 도입부가 생뚱맞아 보이고 길어졌습니다.


앞서 그려 드린 민정씨와 경수씨의 이야기는 매우 특수한 경우로 보이실 수도 있지만 사실 많은 경우에 공통되는 보편적인 상황일 수도 있습니다. 제가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지만, 실은 가사재판을 하면서 늘 비슷하게 당사자들로부터 반복해서 수도 없이 들었던 특별할 것 없는 이야기이니까요.


영유아기라고 하면, 정확한 구분은 아동학자들에 의하여야 하겠지만, 일단 이 글에서 저는,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넓게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를 포괄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 시기가 통째로 면접교섭 방법이 하나일 수 없습니다. 당연히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따라 이 시기도 크게는 2~3단계로 나누어야 할 수 있겠습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루겠지만, 우선은 우리 동훈이처럼 태어난 지 1년도 안 되어서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인데, 이런 '어린 아기'도 원칙적으로 "반드시 면접교섭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우리 동훈이처럼 돌도 안 되어 부모가 이혼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아동학자들이 소위 '분리독립기'라고 하는 평균적으로 36개월에서 48개월 정도의 시기(아동학자에 따라 이 시기를 30개월 정도로 빨리 잡기도 합니다. 중요한 것은 '평균적인 시기가 언제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가 어떤 발달 단계에 있는가'입니다.)가 되기 이전까지의 어린 아기들, 즉 태어나서부터 아이가 주양육자와 아무런 문제 없이 잘 떨어져 숙박이 가능하고 더 이상 낯도 안 가리게 되는 단계까지를 우선 첫 단계의 영유아기로 꼽을 수 있는데요.


이런 어린 아기를 어떻게 면접교섭을 하나 하고 어려워하시는 분들이 많고, 또 앞서 본 민정씨, 경수씨처럼 아주 어린 아기를 두고 이혼하는 경우, 아이에게 이혼을 알리고 설명하는 것이나 면접교섭, 양육비, 그 밖에 많은 것들을 제대로 짚지 못하고 그냥 정신없이 치르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마치 폭풍우가 쓸고 가듯이 이혼이라는 과정이 엄마, 아빠, 두 사람의 삶을 쓸고 지나가 버린 후에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양육비고 면접교섭이고 간에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고, 아이와 비동거친 관계는 이미 단절되어 버렸으며 다시 뭘 시작하려니 복잡하고 엄두가 안 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저는 일단은 젊은 엄마들, 아빠들께, 힘들지만 아이를 위해서 "용기를 조금만 더 내서" 원칙적으로 "꼭 면접교섭을 해야 한다"는 것을 우선 확실히 짚고 이 얘기를 시작하자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지 않고 구체적으로 방법론으로 바로 들어가서,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해야 합니다 말씀드리면, 우리는 달라요! 우리는 특별해요! 우리는 그런 상황이 아니에요! 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너무나 많이 봤기 때문에! 앞서 보여 드린 민정씨, 경수씨 같은 상황도 그게 특별히 면접교섭을 못 할 상황이 절대 아니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면접교섭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다는 것! 이렇게 당위를 말씀드리는 것이 결코 어린 아기를 두고 이혼하시는 분들의 특수한 어려움을 모르기 때문에 쉽게 당위만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계속 이어서 그럼 어떻게 우리 동훈이 면접교섭을 했어야 했는지 구체적으로 보고, 또 면접교섭을 하지 못하고 친아빠 경수씨와 관계가 단절되었던 동훈이의 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흘러가야 할는지, 다음 회에서 뵙기로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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