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사고 렌터카 수리비 6600만원?…“잘못은 했지만 이건 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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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사고 렌터카 수리비 6600만원?…“잘못은 했지만 이건 사기”

2026. 01. 05 10:3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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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단독사고 운전자, 렌터카 업체로부터 차량가액 넘는 수리비 청구 받아…다른 공업사 견적은 1/4 수준인 1700만원, 법조계 “약점 이용한 과다청구, 사기죄 성립 가능성”

음주운전 사고 운전자에게 렌터카 업체가 시중의 4배에 달하는 수리비를 청구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폐차한다더니 차는 안 준다고?”…음주운전자 등친 렌터카 업체의 ‘수상한 이중청구’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음주운전 사고를 낸 A씨. 그는 자신의 잘못을 모두 인정했지만, 렌터카 업체가 내민 6600만 원짜리 수리비 견적서 앞에서 망연자실했다. 다른 곳에서는 1700만 원이면 충분하다는 견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A씨의 과실을 빌미로 한 렌터카 업체의 ‘고무줄 견적’ 논란이 법적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실수는 했지만, 4배 뻥튀기 청구는 너무하다”


지난 12월 5일 새벽, A씨는 음주 상태로 렌터카를 몰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혈중알코올농도는 0.05%로 면허정지 수준이었다. 다행히 다른 차량이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A씨는 “음주운전은 명백한 잘못이며 책임과 위약금, 수리비 모두 부담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렌터카 업체의 요구는 A씨의 상식을 뛰어넘었다. 업체 지정공업사는 수리비로 6600만 원을 책정하며 ‘폐차 처리 대상’이라고 통보했다. 새 차 값에 버금가는 금액이었다.


그러면서 업체는 차량의 장부가액(3420만 원)에 위약금과 각종 비용을 더해 총 3655만 원을 A씨에게 청구했다. 심지어 견적서에는 부품 가격 없이 공임비와 총액만 덩그러니 적혀 있었다.


의심을 품은 A씨는 직접 수입차 전문 공업사로 차를 옮겨 견적을 의뢰했다. 그곳에서 나온 수리비는 1700만 원. 렌터카 업체가 제시한 금액의 약 4분의 1 수준이었다.


A씨는 “폐차 처리로 3655만 원을 내면 차를 가져갈 수 있냐”고 물었지만, 업체는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A씨는 “우리에게는 폐차한다고 장부가액을 받고, 차는 몰래 수리해서 다시 영업에 쓰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토로했다.


법조계 “약점 이용한 부당이득…사기죄 고소도 가능”


법률 전문가들은 렌터카 업체의 행태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입을 모았다. 음주운전이라는 운전자의 ‘약점’을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려 한다는 것이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과도한 수리비 청구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매우 타당하다”며 “독립 공업사 견적과 약 4배가량 차이 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부품 가격이 명시되지 않은 견적서는 그 자체로 의심스러운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슬기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한발 더 나아가 사기죄 고소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이 변호사는 “고객의 과실을 기화로 고객을 속여 과다한 비용을 지불받으려 했다면 사기죄 고소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나치게 불공정한 계약 조항은 무효를 주장할 수 있으며,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 발송이나 민사소송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법원 판례가 말하는 ‘상식적인 손해배상’


법원의 판단 기준도 A씨의 편에 가깝다. 대법원은 일관되게 ‘실제 발생한 합리적 수준의 손해’만을 배상 책임으로 인정하고 있다.


판례에 따르면, 수리비가 차량의 교환가격(중고차 시세)을 현저하게 넘어서면 경제적으로 수리가 불가능한 것으로 본다. 이 경우 배상액은 차량의 교환가격에서 고철값(잔존물 가치)을 뺀 금액으로 한정된다(대법원 90다카7569 판결).


A씨의 경우, 렌터카 지정공업사 견적(6600만 원)은 차량 장부가액(3420만 원)을 훌쩍 넘지만, 독립 공업사 견적(1700만 원)은 장부가액보다 훨씬 낮다. 이는 차량이 충분히 수리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배상액은 실제 수리가 가능한 1700만 원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한 렌터카 업체가 장부가액을 모두 받고도 차량을 돌려주지 않는 것은 ‘이중 이득 금지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 손해배상의 대가로 물건의 가치 전액을 받았다면, 그 물건의 소유권은 배상 의무를 진 사람에게 넘어가는 것이 상식이다. 업체가 돈과 차를 모두 가지려 한다면 이는 부당이득에 해당할 수 있다.


내 돈 지키려면…내용증명부터 소송까지


전문가들은 A씨가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우선 렌터카 업체에 부품 가격이 명시된 상세 견적서와 제3의 공신력 있는 기관을 통한 감정을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A씨가 확보한 1700만 원짜리 견적서는 중요한 반박 자료가 된다.


만약 협상이 결렬되면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렌터카 업체가 청구한 금액이 부당하다는 취지의 ‘채무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하면, 법원이 감정을 통해 적정한 수리비를 결정하게 된다. 소송이 부담스럽다면 한국소비자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번 사건은 음주운전이라는 명백한 잘못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권리가 부당하게 침해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운전자의 책임은 실제 발생한 손해에 국한될 뿐, 렌터카 업체의 ‘탐욕’을 채워줄 의무까지 포함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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