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화장실에 ‘볼펜 카메라’ 설치한 제자들, 성년 되자 판결 뒤집혔다
여교사 화장실에 ‘볼펜 카메라’ 설치한 제자들, 성년 되자 판결 뒤집혔다
재판 도중 성인 된 주범
‘부정기형’ 취소 후 집행유예로 감형
법원 “피해 회복 노력 참작”

재판 중 성인이 된 소년범의 법리적 특수성과 공탁 등 피해 회복 노력이 맞물려, 여교사 불법 촬영 가해 제자들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고등학교 재학 시절 여교사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불법 촬영을 저지르고 화장실에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한 이들이 항소심에서 실형을 면했다.
재판 과정에서 주범이 성인이 됨에 따라 소년법상 ‘부정기형’을 선고했던 원심판결이 법리적으로 유지될 수 없게 된 점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했다.
항소심 판결에 따르면,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주범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공범 B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 도중 성인이 된 피고인, 왜 판결이 파기됐나?
항소심 재판부가 원심의 실형 판결을 파기한 이유는 피고인 A씨의 ‘연령 변동’에 따른 법리적 사유 때문이다.
대전지법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피고인 A씨는 원심 선고 당시 소년법상 ‘소년’에 해당하여 장기 2년 6월, 단기 2년의 부정기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A씨가 성년이 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현행법상 성인에게는 단기와 장기를 구분하는 부정기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재판부는 원심판결을 직권으로 파기하고 형량을 다시 정했다.
사건의 시작, ‘볼펜형 카메라’와 치밀한 범행 계획
이들의 범행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매우 치밀하고 대담하게 이루어졌다.
대전의 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A씨는 2022년부터 휴대전화로 여교사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해 왔다.
그러던 중 공범 B씨와 공모하여 더욱 정교한 범행을 계획했다.
B씨는 온라인 사이트에서 볼펜형 카메라를 구입해 A씨에게 전달했고, A씨는 이를 이용해 교실 등에서 교사들을 촬영했다.
범행은 화장실까지 이어졌다.
A씨는 여성 교직원 화장실에 총 3회 침입하여 용변 칸 벽면에 설치된 위생용품 수거함에 테이프로 볼펜형 카메라와 보조배터리를 부착하는 등 대담한 수법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촬영된 영상과 사진은 165개에 달했으며, 이들은 이를 서로 공유하거나 텔레그램을 통해 타인에게 제공하고 소지하기까지 했다.
피해자 용서 못 받았는데 집행유예 선고된 이유는?
피해 교사들은 이 사건으로 극심한 정신적 충격과 수치심을 호소하며 피고인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요구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에게 갱생의 기회를 주기로 판단했다.
재판부가 양형의 결정적 근거로 삼은 것은 피고인들의 ‘피해 회복 노력’과 ‘반성’이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항소심 단계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합계 2,800여만 원을 공탁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보았다.
또한 약 5개월간의 수감 생활을 통해 범행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는 점,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 가족들의 선처 탄원 등 사회적 유대관계가 분명하다는 점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었다.
신상정보 공개와 고지 명령은 왜 면제되었나?
법원은 유죄를 선고하면서도 피고인들의 신상정보를 대중에 공개하거나 고지하는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47조 및 제49조에 따르면 재범 위험성이나 범행 동기 등을 고려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이를 면제할 수 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의 연령과 직업, 재범 위험성, 공개 시 입게 될 불이익과 예상되는 부작용을 검토한 결과, 신상을 공개하지 않아야 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에 대한 취업 제한 명령을 통해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