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서 안 썼는데…'18억 아파트' 청약 포기, 8천만원 돌려받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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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 안 썼는데…'18억 아파트' 청약 포기, 8천만원 돌려받을 수 있나

2025. 12. 26 10:30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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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계약 전 '가계약금'의 법적 성격과 대법원 판례 분석

18억 아파트 당첨자가 계약금 일부만 내고 청약을 포기하려 해 법적 분쟁 위기에 처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18억 아파트 당첨 후 청약 포기, 계약서 없이 낸 8천만원…돌려받기는커녕 1억 더 물어줄 판?


18억 6900만원짜리 아파트에 당첨된 A씨의 환희는 잠시였다. 계약금 일부인 8천만원을 덜컥 입금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청약을 포기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정식 계약서에 도장도 찍기 전인데, 이미 낸 돈을 돌려받기는커녕 수천만원을 더 물어줘야 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그를 덮쳤다.


계약서 없는 8천만원, 법정 다툼의 불씨 되나


A씨의 상황은 간단치 않다. 아파트 공급금액은 18억 6900만원, 계약금은 총액의 10%인 1억 8690만원이다. A씨는 이 중 1차 계약금으로 8천만원을 냈고, 2차 계약금 1억 690만원은 아직 내지 않았다. 심지어 분양사무소와 만나 정식 계약서를 쓰기로 한 날짜는 아직 오지도 않았다.


계약의 상징인 ‘서면 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오고 간 8천만원의 법적 성격이 이 사건의 모든 것을 결정한다.


최악의 시나리오: 8천만원 돌려받으려다 1억 더 물어줄 판


이 문제를 두고 법적 해석은 팽팽히 맞선다. 법원의 주류적 판례에 따른다면 계약은 이미 성립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청약 당첨과 계약금 계좌번호 안내, 일부 금액 입금 등 주요 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만약 법원이 분양사의 손을 들어준다면, A씨는 최악의 상황에 처한다.


대법원은 “해약금의 기준이 되는 금액은 실제 교부받은 일부가 아니라 약정 계약금 전액”이라고 명확히 하고 있다(2014다231378 판결). 이는 계약을 물리기 위해 이미 낸 8천만원을 포기하는 것을 넘어, 아직 내지 않은 2차 계약금 1억 690만원까지 추가로 지급해야 계약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구원의 동아줄 '요물계약', 판례가 희망의 길 열어


반면, 계약의 '요물성(要物性)'을 엄격하게 따지는 시각도 존재한다. A씨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본계약 불성립’을 주장하는 것이다. 우리 법원은 계약금 계약을 '물건(돈)이 약속대로 전부 건네져야만 비로소 성립하는' 까다로운 '요물계약(要物契約)'으로 본다.


이 논리에 따르면 A씨는 약정 계약금 1억 8690만원 중 일부인 8천만원만 냈으므로, 계약금 계약 자체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이 경우 8천만원은 정식 계약금이 아닌, 계약을 하겠다는 의사를 보인 ‘증거금’ 또는 ‘가계약금’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실제 하급심 판례도 A씨의 손을 들어준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계약서가 작성되지 않고 계약금의 일부만 납부된 경우, 납부한 금원은 증거금으로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을 경우 반환될 것이 전제된 돈”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2. 9. 30. 선고 2022나56270 판결).


이 논리에 따르면, A씨는 분양사를 상대로 법적으로 원인 없이 가져간 돈을 돌려달라는 ‘부당이득반환청구’ 소송을 통해 8천만원 전액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열린다.


골든타임은 바로 지금, '내용증명'부터 발송해야


결국 A씨가 이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골든타임’은 정식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인 바로 지금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분양사에 ‘본계약은 성립하지 않았으니, 지급한 8천만원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내용증명 우편을 발송하라고 조언한다.


이는 계약을 진행할 의사가 없음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이와 동시에 2차 계약금 등 추가 비용을 절대 납부해서는 안 된다. 일단 계약서에 서명하거나 남은 계약금을 내면, 스스로 계약 성립을 인정하는 꼴이 되어 전액 환불의 길은 사실상 막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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