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에 있는데 음주 측정 요구하기에 거부했다”…이것도 ‘음주측정거부죄’라고?
“조수석에 있는데 음주 측정 요구하기에 거부했다”…이것도 ‘음주측정거부죄’라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만 음주 측정 요구 가능
측정 거부했어도 음주운전 사실이 없는 것으로 나오면 무혐의

조수석에 타고 있는데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하자 불응한 A씨. 그에게 음주측정거부죄를 적용할 수 있을까? /셔터스톡
A씨가 친구들 모임에서 술을 마시고 한집에 사는 친구와 함께 귀가했다. 원래 술을 전혀 안 마시는 친구가 A씨 차를 운전하고, A씨는 조수석에 앉아서 왔다.
그런데 오피스텔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음주 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먼저 와 기다리다가 음주 측정을 요구했다. 운전한 친구는 술을 안 마셨으니 당연히 음성으로 나왔다.
경찰관은 조수석에 있던 A씨에게도 음주측정을 요구했다. A씨는 “조수석에 타고 있는 사람에게 왜 음주 측정을 하냐”며 측정을 거부했다. 그러자 다음날 경찰서로부터 음주측정거부죄로 조사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런 경우도 음주측정 거부가 되나?” A씨는 경찰이 이런 조치를 이해할 수 없어 한다.
음주측정거부는 중죄이나,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한 게 아니라면 무죄를 다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률사무소 태희 민경남 변호사는 “음주측정거부죄는 벌금형뿐만 아니라 실형이 나올 수도 있는 무서운 범죄”라고 말한다. 법무법인 북부 조민수 변호사도 “음주측정거부는 벌금형으로 끝나지 않고 실형이 나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했다.
“하지만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만 경찰이 음주측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러한 측정 요구에 불응하였을 때 음주측정거부죄가 성립한다”고 법무법인 온강 심강현 변호사는 짚었다.
도로교통법 제44조 2항은 ‘경찰공무원은 교통의 안전과 위험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거나, 술에 취한 상태에서 자동차 또는 자전거를 운전하였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운전자가 술에 취하였는지를 호흡 조사로 측정할 수 있다. 이 경우 운전자는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A씨가 조수석에 앉아 있었기에, 경찰관의 측정 요구에 불응했더라도 음주측정거부죄에 대한 무혐의를 다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강현 변호사는 “A씨가 조수석에 탑승하고 있었음에도 경찰관이 음주 측정을 요구하는 것은 도로교통법 제44조 제2항을 넘어선 측정 요구이므로 무혐의를 다툴 수 있다”고 진단했다.
법무법인 신의 박지영 변호사는 “음주운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로서는 운전자를 바꿔치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음주 측정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법률사무소 예우 이우석 변호사는 “혹시 출발 전에 시동을 건 사람이 A씨였고, 이를 본 신고자가 112에 신고한 것은 아닌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A씨에게 실제로 그런 사정이 없다면, 음주측정거부죄를 물을 수는 없다”고 이우석 변호사는 말했다.
법무법인(유한) 동인 이철호 변호사는 “적어도 A씨가 0.03% 이상의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였다고 볼만한 사정이 있어야 하는데, 운전조차 하지 않은 경우이면 음주측정 요구 자체가 부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므로 A씨가 차량 출발지의 CCTV와 블랙박스를 확인하여 음주운전한 사실이 없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박지영 변호사는 말했다.
그런데 만약 A씨가 운전자를 바꿔치기한 것이라면, 음주운전거부죄에 범인도피교사죄가 더해질 수도 있다.
법무법인 대환 김익환 변호사는 “만약 A씨가 운전자 바꿔치기를 했다면 범인도피교사죄 혐의로도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범인 자신은 범인도피죄의 주체가 될 수 없지만,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라고 했다. (2005도3707 판결 참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