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의 배신…친구와 한 '뒷담화 녹음'이 부른 법정 다툼
수화기 너머의 배신…친구와 한 '뒷담화 녹음'이 부른 법정 다툼
전화 통화 중 제3자 험담 녹음 파일이 유출될 경우 명예훼손죄 성립 가능성이 제기됐다. 법조계는 '전파가능성'과 '적극적 가담 여부'가 처벌을 가르는 핵심 쟁점이라고 분석했다.

친구와 나눈 뒷담화 통화가 녹음되어 당사자에게 전달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될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이 녹음 파일이 제3자에게 유포되면 사생활 침해로 역고소할 수도 있다./챗 제피티 생성 이미지
"너, 녹음해서 걔한테 보냈어?"…'뒷담화 녹음' 맞장구만 쳐도 공범될까
"너, 내가 한 말 녹음해서 걔한테 보냈어?" 믿었던 친구와 나눈 은밀한 '뒷담화'가 녹음 파일이 되어 험담의 당사자에게 전달되면서 모든 비극은 시작됐다. 전화기 너머로 맞장구만 쳤을 뿐인데, 하루아침에 명예훼손 피고소인 신세가 될 위기다.
꺼진 뒷담화도 다시 보자…'전파가능성'이라는 산불
명예훼손죄의 심장은 '공연성(여러 사람에게 전파될 가능성)'이다. 보통 1대1 전화 통화는 둘만의 비밀 대화로 여겨져 공연성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통화 상대방이 대화를 녹음해 험담의 대상인 B에게 전달하는 순간, 법적 상황은 180도 달라진다. 꺼진 불씨가 살아나 산불처럼 번질 가능성이 열리는 셈이다.
법무법인 숭인의 최인해 변호사는 "통화 상대방 A가 녹음 파일을 B에게 전달한 행위 자체로 '전파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대화를 들은 단 한 사람이 다른 이에게 내용을 퍼뜨릴 개연성만 있어도 공연성을 폭넓게 인정하기 때문이다.
"아, 진짜?" 맞장구만 쳤는데 공범이라고?
"주도적으로 욕한 건 친구고, 저는 그냥 '아, 진짜?' 하면서 들어주기만 했어요."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의 단골 항변이다. 과연 법정에서도 통할까?
법조계의 시각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단순히 '아, 진짜?' 같은 소극적 리액션을 하거나 질문한 정도로는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법률사무소 니케 이현권 변호사는 "상대방의 험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거나 살을 덧붙이는 행위가 있었다면 명백한 공범"이라고 경고했다. 단순 동조와 적극적 가담의 아슬아슬한 경계가 유무죄를 가르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명량 명현준 변호사는 "결국 통화 내용 전체의 맥락을 봐야 한다"며 녹음 파일을 확보해 자신의 발언 수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반격의 카드 '사생활 침해'…상황 역전의 열쇠는?
고소 위기에 몰렸다고 주저앉을 수만은 없다. 만약 험담의 대상자 B가 이 녹음 파일을 분풀이 삼아 제3자에게 유포한다면, 상황은 역전될 수 있다. 통화에는 B에 대한 험담뿐 아니라, 발언자의 지극히 사적인 정보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변호사들은 B가 녹음 파일을 타인에게 공유할 경우, 발언자가 B를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로 역고소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자신의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될지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다. 정신적 피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하다.
친구와의 뒷담화 한 번이 순식간에 복잡한 법적 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오늘 당신의 수화기 너머 대화는 안녕하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