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피해자가 합의금만 받고 '고소 취하' 약속 안 지켜…“사기죄로 역고소 할 수 있나?”
형사 피해자가 합의금만 받고 '고소 취하' 약속 안 지켜…“사기죄로 역고소 할 수 있나?”
애초부터 고소 취하해줄 마음 없었다’는 고의성 입증 어려워, 대부분 사기죄로 인정받지 못해

합의금만 챙긴 뒤 '고소 취하' 약속을 지키지 않은 형사 피해자를 사기죄로 역고소할 수 있을까?/셔터스톡
형사사건 가해자로 고소당한 A씨가 피해자와 원만하게 합의하고, 합의서 작성 당일에 바로 합의금을 송금했다. 합의서에는 ‘향후 이 사건에 대해 일절 민‧형사 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하며, 증거로 본 합의서에 서명‧날인합니다.’ 라고 기재했다.
그런데 피해자는 A씨가 합의금을 지급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연락이 없다가, 담당 수사관에게 “가해자 처벌을 원한다”고 밝히면서 고소 취하를 거부했다.
이에 A씨가 항의하자 그는 “합의서는 합의서일 뿐이다”라며 안면을 바꾸었다. A씨는 그런 상대방을 사기죄로 역고소할 수 있을지, 변호사에게 자문했다.
법무법인대한중앙 한병철 변호사는 “피해자가 합의서를 작성하고 합의금을 받은 후에도 고소를 취하하지 않는 경우 민사상 계약불이행이 될 수 있으나, 형사상 사기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애초부터 고소 취하 의사가 없었음에도 이를 가장하여 합의금을 받아낸 정황이 입증돼야 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따라서 이러한 사안은 고의성 입증이 매우 어려워 대부분 사기죄로 인정받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서명된 합의서가 있어도 피해자의 고의적인 기망 행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면 역고소는 쉽지 않다”고 한 변호사는 말했다.
법률사무소 태린 김민규 변호사도 “사기 혐의는 있어 보이지만, 실무적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렇다면 A씨는 합의금을 지급한 데 대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한단 말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변호사들은 말한다.
한 변호사는 “합의서에 ‘민‧형사상 이의 제기 불가’ 조항이 포함되어 있고 지장과 서명이 있는 경우, 원칙적으로 강한 법적 효력을 갖는다”며 “특히 형사사건에서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 표시는 수사나 재판에서 중요한 참작 요소가 된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통 오기찬 변호사는 “합의서가 있다면 수사기관에 그대로 제출하면 된다”며 “합의서를 작성했고, A씨가 합의금을 납부한 사실이 그대로 양형에 참작이 된다”고 했다.
한 변호사는 “그러나 고소 취하 자체는 강제할 수 없는 의사 행위이기 때문에, 합의서가 있더라도 법적으로 고소를 무효로 만들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의 고소 취하 약속 불이행이 합의서에 기재된 확약 의무 위반에 해당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다”며 “위자료 또는 합의금 반환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