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참교육' 열풍에 '교권보호국' 신설? 현장 교사들 "행정 낭비" 일축
드라마 '참교육' 열풍에 '교권보호국' 신설? 현장 교사들 "행정 낭비" 일축
교원단체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 무고 방지가 우선"

넷플릭스 '참교육' 한 장면. /연합뉴스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참교육'이 인기를 끌며 정치권에서 '교권보호국' 신설 논의가 불붙고 있다. 하지만 정작 사각지대에 방치된 현장 교사들은 "보여주기식 행정 조직 확대보다 당장의 실질적 법적 보호망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1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유승민 작가는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를 통해 교권 침해의 적나라한 현실을 조명했다.
학부모 20분 폭언에도 "교권 침해 아냐"⋯외면당한 피해 교사
방송에 따르면 2년 전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같은 반 학생들 사이의 갈등을 전해 들은 학부모가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 불쑥 들이닥친 것이다.
당시 피해 교사는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반 아이를 때리려고 했고, 저에게도 막말을 했다"며 "아버님 몸을 붙잡고 제지했지만 밖으로 질질 끌려갔다"고 참담했던 상황을 증언했다.
학부모는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를 향해 "네가 그러고도 선생이냐", "자격이 있긴 하냐", "그럴 거면 그만둬라"라며 20분 넘게 폭언을 이어갔다.
형법상 타인의 건조물에 함부로 들어가는 행위는 건조물침입죄에, 여럿이 있는 교실에서 심한 욕설을 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할 여지가 다분한 중대한 사안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사건은 '교권 침해'로 인정받지 못했다. 피해 교사가 도움을 청하기 위해 교육청 산하 교육활동보호센터 문을 두드렸으나, 실질적인 법률 조력은 전무했다.
피해 교사는 "그분들도 구체적으로 어떤 걸 도와줄 수 있는지 잘 모르는 느낌이었다"며 "말만 들어주고 결국은 '개인적인 일이신 거다'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토로했다.
결국 교사가 받은 것은 심리치료 100시간 지원이 전부였다. 사건 당시 해당 교육청 소속 변호사가 단 1명에 불과해 즉각적인 법률 지원을 기대하기조차 어려운 환경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름뿐인 조직 신설 반대"⋯'현장 출동' 전담 인력 절실
현재 전국 55곳의 교육활동보호센터에 2200여 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지만, 시·도 교육청마다 예산과 시스템이 제각각이다. 민원이나 법적 분쟁 발생 시 교사가 홀로 방패막이가 되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조재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사권익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기존 조직의 한계는 상시적인 실무 조직이 없다는 것"이라며 "(드라마 속의) 감독관처럼 현장에 와서 응대해 주고 사실조사 등 실무를 담당할 전담 인력이 비어 있다"고 꼬집었다.
기존 센터를 두고 비슷한 성격의 국을 신설하는 것은 불필요한 행정 확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근본 원인은 '정서적 아동학대' 굴레⋯법적 보완 시급
전문가들과 현장 교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는 가장 근본적인 법적 족쇄는 따로 있다. 바로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아동학대' 조항이다.
교사가 정당한 생활 지도를 하거나 학부모의 억지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아동학대 혐의로 무분별하게 고소·고발을 당하는 탓에 교육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작가는 "교권 침해 사안이 해결된 뒤에도 사실상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교사들이 빈번하게 법적 분쟁에 휘말린다"며 "이런 일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손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가해자는 당당하고 피해 교사는 숨죽이며 홀로 소송전을 감내해야 하는 교실. 화려한 간판의 '보호국' 신설보다, 교사 곁으로 즉각 달려와 줄 '현장 법률 전담관'과 아동학대 무고를 막을 법적 장치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