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끝나기 전에 풀려난다고요?" 보이스피싱범의 '석방 예고', 법적으로 가능할까?
"재판 끝나기 전에 풀려난다고요?" 보이스피싱범의 '석방 예고', 법적으로 가능할까?
구속 재판 중인 피고인이 석방을 자신하는 이례적 상황. 변호사들이 말하는 '재판 중 석방'의 조건과 보이스피싱 범죄의 특수성을 법률 전문 기자가 파헤쳤다.

2심 재판 중인 보이스피싱범이 석방을 예고했다. 그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다음 주에 나간다."
구치소에서 걸려온 한 통의 전화. 2심 재판이 한창인 보이스피싱범이 가족에게 전한 '석방 예고'는 법을 비웃는 허풍일까, 아니면 판결 전에도 피고인이 풀려날 수 있는 법의 '숨은 길'일까.
보이스피싱 범죄로 구치소에 수감돼 2심 재판을 받던 피고인이 가족에게 "다음 주 수요일쯤 풀려난다"고 예고했다. 판결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법률 전문가들의 자문을 토대로 재판 중 구속된 피고인이 석방될 수 있는 법적 가능성과 현실의 벽을 알아본다.
"판결 전 석방은 가능하다"…법정에 숨겨진 4개의 '탈출구'
결론부터 말하면, 재판이 끝나기 전 구속된 피고인이 풀려나는 것은 법적으로 가능하다. 변호사들은 크게 네 가지 경우를 꼽는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윤영석 변호사는 "구속기간 만료, 보석신청 인용, 구속집행정지 또는 구속취소 결정 중 하나에 해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보장된 피고인의 권리이기도 하다.
가장 흔한 경우는 '보석'이다. 법원에 보증금 등 일정한 조건을 내걸고 구속 상태를 푸는 제도다. 라미 법률사무소의 이희범 변호사는 "흔한 케이스는 아니지만 진짜라면 보석 등의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구속기간 만료' 역시 중요한 변수다. 법률사무소 HY의 황미옥 변호사는 "항소심 기간 도중 피고인의 구속기간 만료로 석방된 것으로 예상된다"며 "통상 법원은 구속기간 만료 전 갱신 결정을 하지만, 그전에 선고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은 심급마다 최대 6개월로 제한된다.
이 밖에 중한 질병이 있거나 구속 사유가 사라졌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구속집행정지'나 '구속취소' 결정으로 풀려날 수도 있다.
초범의 눈물 vs 경찰 경고 무시…엇갈린 저울, 법원의 선택은?
법적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과, 실제 석방이 이뤄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이번 사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는 법원이 석방 여부를 더욱 까다롭게 판단한다.
피고인이 초범이라는 점은 보석 심사 등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하지만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경찰의 경고에도 범행을 계속한 경우라면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수 있어 석방을 허가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죄질이 나쁘고 재범의 위험이 크다고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 역시 "경험상 실무상 (석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사회적 해악이 큰 보이스피싱 범죄에 대해 법원이 온정적인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 분석이다.
"2심 중인데 3심 결과를 안다?"…스스로 무덤 판 피고인의 '말실수'
피고인의 주장에 대한 신뢰도를 근본적으로 흔드는 대목도 있다. 그는 2심 재판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3심은 3월 15일날 결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아직 2심 판결도 나오지 않았는데 대법원(3심) 선고 날짜를 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오른의 백창협 변호사는 "항소심 진행 중인데 벌써 3심 결과일을 이야기하는 것은 허위로 보인다"고 잘라 말했다. 법률사무소 인도의 안병찬 변호사 또한 "상대방 주장을 믿기 어려워 보인다. 2심 진행 중인데 3심 결과를 말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이 '석방 예고'가 법원의 실제 결정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개인의 희망 섞인 허풍이거나 상황을 오해한 결과일 수 있다는 의심을 낳는 부분이다.
법은 분명 판결 확정 전이라도 피고인이 풀려날 길을 열어두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경고를 무시한 범죄의 중대성,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을 종합할 때 피고인의 '석방 예고'는 공허한 허풍에 가까워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