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건이 가해자 동네로? 검찰 이송, 역설적 기회가 되다
내 사건이 가해자 동네로? 검찰 이송, 역설적 기회가 되다
'처벌보다 피해 회복 우선'…사건 이송이 형사조정에 미치는 영향

형사 사건이 가해자 거주지 검찰청으로 이송되면 피해자는 불안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를 피해 회복의 기회로 본다. / AI 생성 이미지
"피해 회복이 우선인데, 사건이 피의자들이 사는 수원으로 간다니…" 형사 사건 피해자가 자신의 사건이 가해자의 거주지 검찰청으로 이송된다는 소식에 불안감을 토로했다.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정작 중요한 피해 회복의 기회가 멀어지는 것은 아닌지 하는 걱정이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이 '불안한 이송'이 오히려 피해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사건 이송이 형사 조정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취재했다.
기록은 그대로, 검토는 처음부터
사건이 창원지검에서 피의자들의 거주지인 수원지검으로 이송될 경우, 피해자가 제출했던 모든 자료는 어떻게 될까?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는 “기존 창원지검의 검토 기록과 제출하신 피해 자료는 모두 그대로 인계된다”고 설명했다. 서류와 증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는 “수원지검의 담당 검사가 기록을 처음부터 다시 읽고 파악해야 하므로, 사실상 새로운 검사의 시각에서 검토가 다시 시작된다고 보셔야 한다”고 덧붙였다.
와이에이치 법률사무소 김영호 변호사 역시 “수원지검 검사가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구조”라고 말해, 기록은 승계되지만 수사 주체가 바뀌는 만큼 사실상의 재검토가 불가피함을 분명히 했다.
이 과정에서 기록 이동, 재배당, 검토 등으로 인해 전체 사건 처리 일정이 수주 이상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가해자 문턱 낮춘 '역설적 기회'
일정이 지연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형사조정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피의자 관할에서 진행되면 피의자 연락이나 출석, 형사조정 참여가 수월해지는 경우도 있어, 피해회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신다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규 변호사도 “피의자의 심리적 거리감과 출석 부담이 줄어들어 조정 참여율이 높아지고 기일도 더 수월하게 잡히는 경향이 있다”며 실무적으로 훨씬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즉, 가해자에게 조정 절차의 문턱을 낮춰 줌으로써, 처벌보다 피해 회복을 우선하는 피해자의 목표 달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역설적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피해자 다수 사건, 조정은 어떻게?
피해자가 여러 명인 경우, 조정 절차는 더 복잡해지지 않을까? 이에 대해 변호사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전체 피해 규모와 합의 진행 상황을 함께 보면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반드시 ‘전체 일괄’만 가능한 건 아니고, 개별 피해자별 조정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대한중앙 이동규 변호사 역시 “전체 피해 규모와 피의자의 변제 능력을 종합적으로 확인한 뒤에 진행되나, 합의 의사가 완강한 개별 피해자별로 분리하여 먼저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결국 사건의 성격, 피의자의 변제 능력, 각 피해자의 의사 등을 고려해 담당 검사와 조정위원회가 개별적, 순차적, 또는 일괄적으로 유연하게 진행 방식을 결정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