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려면 서명하라더니…동종업계 이직하자 '3000만원' 소송 예고
퇴사하려면 서명하라더니…동종업계 이직하자 '3000만원' 소송 예고
퇴사 조건으로 쓴 경업금지 합의서, 법적 효력 있을까? 변호사들은 '이것'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퇴사를 위해 강제로 경업금지 합의서에 서명했더라도, 별도 보상이 없고 제한 범위가 과도하면 무효일 가능성이 크다. / AI 생성 이미지
퇴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경업금지 합의서에 서명했던 A씨. 동종업계로 이직한 지 3개월 만에 전 직장으로부터 ‘합의를 위반했으니 위약벌 3000만 원을 내라’며 고소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A씨는 새로 옮긴 직장을 계속 다니면서 부당한 요구에 맞설 수 있을까?
"퇴사하려면 서명하라"…강제로 쓴 합의서, 효력이 있을까?
A씨는 퇴사 과정에서 회사가 “합의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퇴사 처리를 해 주지 않겠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합의서에는 퇴사 후 1년간 특정 경쟁사를 포함한 동종업계로 이직할 수 없다는 경업금지 조항이 담겨 있었다.
변호사들은 이처럼 강요에 의해 작성됐거나 내용이 과도한 경업금지 약정은 그 효력 자체를 다툴 여지가 크다고 분석했다. 법원이 근로자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약정의 유효성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하기 때문이다.
법원은 ▲보호할 가치가 있는 사용자의 이익 ▲제한의 기간·지역·직종의 합리성 ▲대가(보상) 제공 여부 ▲퇴직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약정의 유효성을 판단한다.
이 사건 합의서는 경쟁사를 특정하면서도 '이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규정해 사실상 동종업계 전체로 제한의 범위를 넓혔고, 경업금지에 대한 별도의 보상 규정도 없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경쟁사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제한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다"라고 지적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 역시 "대가 없이 광범위하고 장기간으로 경업을 금지하는 약정은 무효로 판단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위약벌 3000만 원' 조항, 그대로 물어줘야 하나?
A씨의 합의서에는 의무 위반 시 회사에 발생한 모든 손해를 배상하는 것과 별도로 위약벌 30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다. 변호사들은 경업금지 약정 자체가 무효라면, 이를 근거로 한 위약벌 조항 역시 효력이 없다고 봤다.
설령 약정이 일부 유효하더라도 위약벌 금액이 항상 그대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는 "위약벌 3,000만 원 조항도 과도하다면 공서양속에 반하여 감액되거나 무효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진짜 쟁점은 '이직' 아닌 '영업비밀 사용' 여부
변호사들은 전 직장의 '고소' 위협이 실제 형사 문제로 번지려면, 단순히 동종업계로 이직했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A씨가 전 직장의 '영업비밀'을 부정하게 사용했는지 여부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지금 단계에서 더 중요한 쟁점은 단순 이직이 아니라 A회사 자료나 내부정보를 B회사 업무에 사용했는지입니다"라고 짚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 침해가 성립하려면, 회사의 구체적인 영업비밀을 유출하거나 사용한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
A씨의 경우, 이직한 B회사가 원래부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었고, 정부 사업 수주 가능성도 A회사 재직 당시부터 논의되던 상황이었다. 이런 사실이 입증된다면, A씨의 이직과 A회사의 손해 사이에는 법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고소하겠다"는 연락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변호사들은 고소 예고를 받았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침착하게 법적 방어를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합의서 작성을 강요당한 정황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신사 법무법인 남희수 변호사는 "상대방이 연락해 오면 구두로 즉답하기보다 내용증명, 고소 통보, 서면 질의에 대비해 사실관계를 일관되게 정리하는 편이 안전합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합의서 작성 당시 강제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문자, 이메일 등)가 있는지, B업체에서 A회사의 구체적인 자료나 내부 정보를 실제로 활용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대응 방향을 제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