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만원 이체, 성매매 유죄 확증일까? 판례는 달랐다
16만원 이체, 성매매 유죄 확증일까? 판례는 달랐다
'기억 안 난다'는 진술의 함정…엇갈리는 전문가 조언 속 최선의 선택은?

성매매 혐의 조사 시 계좌 이체만으로 유죄 입증은 어렵지만,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불리할 수 있다. / AI 생성 이미지
성매매 여성의 자수로 경찰 수사 선상에 오른 남성. 그의 계좌에서 여성에게 이체된 16만 원은 유죄의 '스모킹 건'이 될 수 있을까?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는 항변은 통할까?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할지, 무죄를 다툴지를 두고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가운데, 실제 판례와 변호사들의 조언을 통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과 법적 쟁점을 심층 분석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 "16만 원 왜 보냈습니까?"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A씨는 최근 경찰로부터 성매매 매수 혐의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통보를 받았다. 한 성매매 여성이 자수하면서 제출한 계좌이체 내역에 A씨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역에는 A씨가 여성에게 16만 원을 보낸 기록이 뚜렷하게 찍혀 있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채팅 앱으로 여성을 만나려 한 적은 인정했지만, 정작 문제가 된 날에 대해서는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이체 1시간여 전 집 근처 술집과 편의점에서 카드를 쓴 내역이 그의 알리바이 일부를 뒷받침했지만, 명확한 기억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전과가 하나도 없던 그는 순식간에 성범죄 전과자가 될 위기에 내몰렸다.
계좌이체만으로 유죄? "합리적 의심 배제돼야"
이번 사건의 핵심은 계좌이체 내역이 성매매의 직접 증거가 될 수 있는지 여부다.
성매매처벌법은 성매매를 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하지만, 형사재판에서는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의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유죄가 선고된다. 돈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성매매라는 목적이 완벽히 증명된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실제 법원의 판결도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창원지방법원은 성매매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여성의 진술이 있더라도, 그 진술이 오락가락하고 돈을 받은 경위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2017고단2077).
부산지법 서부지원 역시 채팅 앱 대화 내용만으로는 실제 성교 행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2019고정703). 즉, 이체 내역과 상대방 진술 외에 구체적인 정황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무죄를 다툴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무혐의 주장' vs '자백 후 선처'…변호사들의 갑론을박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상황을 두고 전혀 다른 해법을 내놓았다. 일부 변호사들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적극적인 무죄 주장을 권했다.
임승빈 변호사는 "성매매 사건의 경우 장부가 있어 무조건 처벌을 받으므로 자백해야된다고 잘못 알려져 있으나, 사건에 따라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무혐의로 종결할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옥민석 변호사 역시 "성매매는 성매매 대금을 이체한 사실만으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사건 초기에 잘 대응한다면 무혐의도 가능할 수 있는 것입니다"라며 초기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반면, 혐의를 빠르게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조기현 변호사는 "성매매 초범이면 적발되어도 기소유예·불기소 처분으로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으므로 혐의를 신속히 인정하시는 것이 더 낫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준성 변호사 역시 "기본적으로 성매매 사실은 확인되거나 인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무혐의보다는 기소유예의 처분을 기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여기서 기소유예는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 검사의 처분이기에, 성범죄 전과자가 될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기억 안 나요"…최악의 수가 될 수 있는 진술
A씨가 내세운 '기억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과연 그를 보호해줄 수 있을까. 이 진술은 때로 불리한 증언을 피하는 방패가 되지만, 자칫하면 상황을 더 꼬이게 만드는 '함정'이 될 수 있다.
김지진 변호사는 이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진술은 본인에게 매우 불리한 진술이고, 추가 진술로 피신을 다시 정리하고 깔끔하게 비밀보장 받으면서 수습해야 할 수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단순히 기억이 안 난다고 버티는 것은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비칠 수 있으며, 혐의를 부인할 명확한 증거 없이는 오히려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기억상실' 주장을 하려면 이를 뒷받침할 CCTV, 통신 기록 등 객관적 증거를 통해 알리바이를 확실히 증명해야만 한다. 어설픈 기억상실 주장은 오히려 혐의 인정과 반성 없는 태도로 비쳐 더 무거운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