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양형, '의견서만' 선임…독이 든 성배인가
성범죄 양형, '의견서만' 선임…독이 든 성배인가
비용 절약의 유혹, 그러나 '방어권 약화'라는 치명적 위험 경고

비용 부담에 변호사를 '부분 선임'할 수 있지만, 사건 전체 맥락 파악이 어려워 방어 전략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 AI 생성 이미지
미성년자 유사 성행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마친 피의자가 비싼 변호사 비용 때문에 '의견서 작성'만 별도로 의뢰하려다 깊은 고민에 빠졌다.
법률 전문가들은 특정 업무만 맡기는 '부분 선임'이 가능하다고 말하면서도, 사건의 일관된 방어 전략이 무너져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상반된 조언을 내놓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뷔페식 선임',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성범죄 피의자가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변호사의 조력을 '뷔페'처럼 골라 담는 것, 과연 가능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가능하다'. 다수의 변호사는 의뢰인이 원하는 특정 업무만을 위한 '부분 선임' 계약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입을 모은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변호인의견서 작성대리만도 가능합니다. 변호인의견서라는 명목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선임이 필요하고, 약정시 변호인의견서 작성만 선임한다는 취지로 약정하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단순 서면 작성만을 위한 부분 선임은 가능합니다"라며 "전체 선임 비용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이 가능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변호사와의 위임 계약은 당사자 간 합의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다만, '변호인 의견서'라는 공식 명칭으로 서류를 제출하려면 반드시 해당 변호사의 '선임계(변호사 선임 신고서)'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접수되어야 한다. 법률사무소 가호 이진채 변호사는 "변호인 의견서를 내려면 변호인으로 선임된 상태여야 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즉, 의견서 작성만 의뢰하더라도 공식적인 선임 절차는 필수적이다.
'가성비'의 함정… "사건 전체 맥락 놓칠 수도"
하지만 '가성비' 전략에는 명백한 함정이 존재한다. 일부 변호사들은 사건의 일관된 대응 전략이 깨질 수 있다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경찰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 최성현 변호사는 "변호인 의견서만 단독으로 의뢰하는 것은 가능하나, 이는 법적으로나 실무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변호인 의견서는 사건의 전체적인 맥락과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구체적 정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작성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며, 앞선 조사 과정을 모르는 변호사가 작성한 의견서는 설득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법인 에스제이 파트너스 이동현 변호사 역시 "변호사를 중간중간 바꿔가며 대응하는 것보다 제대로 선임해서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변호사는 피의자가 첫 조사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수사관의 질문 의도는 무엇이었는지 전부 파악하기 어려워 방어 전략에 균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처럼 사안이 중대할수록 이러한 위험은 더욱 커진다.
비용과 효과 사이, 현명한 최종 선택은?
결국 의뢰인은 비용 절감이라는 이점과 방어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위험 사이에서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변호인 의견서는 양형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미성년자 관련 성범죄는 법정형이 무거워 전문가의 법리적 검토를 거친 정상참작 사유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비용이 부담된다면 무작정 부분 선임을 찾기보다 다른 방법을 모색해볼 수 있다. 법무법인 에스제이 파트너스 이동현 변호사는 "선임 비용 등은 분할 결제 등으로 선임하려는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라며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법률 서비스의 '부분 구매'는 가능하지만, 그로 인한 책임과 위험 부담 역시 온전히 의뢰인의 몫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