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에 민원 넣었더니 '개인정보 위반'이라며 해고…이게 되나요?
금감원에 민원 넣었더니 '개인정보 위반'이라며 해고…이게 되나요?
보험사, 업무처리 항의한 설계사에 계약 종료 통보…미지급 수수료·근로자성 쟁점

민원을 제기한 보험설계사가 개인정보 유출을 이유로 부당 계약 해지를 당했다. / AI 생성 이미지
보험설계사 A씨는 최근 회사로부터 위탁계약 종료 통보를 받았다. 반복적인 민원 제기와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등이 사유였다.
하지만 A씨는 회사의 업무 처리 기준이 오락가락해 이를 확인하려 민원을 냈을 뿐, 고객 정보를 유출한 적이 없다고 항변한다.
출퇴근 관리와 업무 지시까지 받으며 일했지만, 위탁계약이라는 이유로 하루아침에 영업코드를 회수당한 A씨. 계약 종료 이후 받아야 할 수수료 정산 내역조차 받지 못했다.
과연 회사의 계약 해지는 정당한 걸까. A씨는 밀린 수수료를 받고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을까?
금감원 민원 넣자 '개인정보 위반'…근거도 없이 계약 해지한 회사
보험설계사 A씨는 업무 중 회사의 계약심사, 고객 DB 처리 등 업무 기준과 답변이 계속 바뀌는 일을 겪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국민신문고와 금융감독원 등에 사실 확인을 위한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 민원 제출 시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는 아예 제출하지 않았고, 계약자 이름도 가림 처리 (마스킹)하는 등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회사는 이를 문제 삼아 '반복적 민원'과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 등을 이유로 영업코드를 회수하고 위탁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회사는 어떤 개인정보를 어떻게 위반했는지, 구체적인 사실관계나 법적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계약 종료 후 지급해야 할 유지수수료, 분할수수료 등 상당한 규모의 정산금 내역조차 제공하지 않고 있다.
민원 제기가 '목적 외 이용'?…"회사가 입증해야"
변호사들은 회사의 계약 해지 사유가 정당성을 갖기 어렵다고 봤다. 특히 회사가 주장하는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이 성립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회사가 주장하는 개인정보 목적 외 이용은 명확한 입증 책임이 회사에 있다"며 "의뢰인께서 민원 제기 과정에서 개인정보를 비식별화하여 제출했다면, 이는 정보보호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도 "국민신문고나 금융감독원 민원 제기는 보험설계사의 정당한 권리구제 및 업무 기준 확인을 위한 행위"라며 "주민등록번호를 제외하고 성명을 마스킹하는 등 노출을 최소화했다면 이를 유출이나 목적 외 이용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적으로도 보험설계사는 '개인정보처리자'가 아닌 '개인정보취급자'로 볼 여지가 크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개인정보 처리에 관한 최종 결정 권한이 보험회사에 있다면, 설계사가 고객 정보를 다뤘다는 사실만으로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주체가 되지는 않는다.
"해고는 해고, 돈은 돈"…미지급 수수료 받을 수 있나
계약 해지와 별개로, 미지급된 수수료는 받을 수 있을까. 변호사들은 계약이 끝났더라도 이미 발생한 수수료는 원칙적으로 지급받아야 할 A씨의 정당한 채권이라고 분석했다.
서울종합법무법인 서명기 변호사는 "계약 종료 후 지급되어야 할 유지수수료, 분할수수료 등의 지급 여부는 별개의 문제"라며 "회사는 지급·공제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정산자료를 제시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보험업법 역시 정당한 사유 없이 보험설계사에게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거나 지연 지급하는 행위를 금지한다. 만약 위탁계약서에 '계약 해지 시 잔여 수수료는 지급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더라도, 설계사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약관으로 판단돼 무효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위탁계약이라도 '출퇴근 관리' 받았다면 '근로자'
더 나아가 A씨가 '근로자'로 인정받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A씨는 명목상 위탁계약이었지만 출퇴근 시간 관리, 교육 참석, 실적 관리, 업무 지시 등 회사의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한강 김전수 변호사는 "실제 업무가 회사의 지휘·감독 아래 이루어졌다면, 근로자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근로자성은 업무 수행 방식, 지휘·감독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므로, 개별 사실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만약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A씨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 이 경우 회사의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가 될 수 있으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퇴직금 지급을 청구하는 등 추가적인 권리 구제가 가능해진다.
클리어 법률사무소 김동훈 변호사는 "근로자로 인정된다면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하여 임금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으며 퇴직금 지급 요구도 가능해져 경제적 실익이 크게 확장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