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사라진 아버지 묘⋯'불법 파묘' 허가한 공무원에게 책임 물을 수 있을까
설 앞두고 사라진 아버지 묘⋯'불법 파묘' 허가한 공무원에게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땅 소유권 두고 법정 다툼 이어온 상대방, 분풀이로 파묘하고 화장
법으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파묘'⋯지자체가 허락 해줬다?
순천시청 "업무 미숙으로 인한 것" 잘못 일부 인정⋯"공무원 처벌은 어렵지만, 손해배상은 가능"

땅 소유권으로 인한 법적분쟁은 불법 파묘까지 이어졌다. 그런데 이를 허가한 건 순천시청의 한 공무원이었다. 해당 이미지는 기사와 관련 없는 참고용 이미지. /셔터스톡
설날을 앞두고 아버지 묘소의 성묘를 준비하던 70대 A씨에게 들려온 청천벽력 같은 소식. 부친의 묘소가 한순간에 사라졌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땅 소유권을 두고 법정 다툼을 이어온 B씨의 소행. B씨가 1⋅2심 재판에서 패소하자, 분풀이로 아버지의 묘를 파헤치고 유골을 멋대로 화장까지 해버렸다고 했다.
사실 남의 묘를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따르면, 설사 땅 주인이라고 해도 남의 묘지를 함부로 철거할 수 없고 관할 지자체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이처럼 B씨가 파묘(破墓·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를 진행할 수 있었던 건, 관할 관청인 순천시청의 '실수'가 있었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담당자가 서류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고, 권한 없는 B씨에게 파묘 허가를 내준 것. A씨는 "불법파묘 신청을 무단으로 허가한 시청 측에도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순청시청 측도 "담당자가 업무를 본 지 얼마 안 된 사람이었다"며 업무 미숙 등을 이유로 잘못을 일부 인정한 상태다. 이를 바탕으로 로톡뉴스는 다수의 변호사들에게 담당자가 어떤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알아봤다.
우선, 형사적으로 직무유기죄가 떠올랐다. 하지만 변호사들은 "직무유기죄 성립은 어렵다"고 봤다. 법원이 보는 직무유기란, 고의로 직무를 포기⋅ 방임한 정도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업무를 소홀히 한 정도론 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법률사무소 나란의 서지원 변호사는 "(순천시청의 말처럼) 단순 업무 미숙으로 일어난 일이라면, 직무유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고, '변호사 이제한 법률사무소'의 이제한 변호사도 "업무수행과정에서 판단을 잘못한 것뿐이라면 형사 처벌은 어렵다"고 봤다. 법무법인 로베이스의 최승준 변호사의 의견 역시 비슷했다.
법률 자문

대신 "가해자 B씨는 물론이고, 국가배상법에 따라 국가에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어 보인다"고 했다. 우리 국가배상법(제2조)은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국가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고의 뿐 아니라 과실(실수)이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제한 변호사는 "공무원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손해를 입은 경우이므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했고, 최승준 변호사도 "국가가 A씨에 대한 손해를 배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국가와 동시에 공무원 개인 역시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고 서지원 변호사는 말했다. 우리 판례가 공무원의 '경과실'이라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보지만, 공무원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라면 공무원 개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보고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변호사들은 "이때 인정될 수 있는 손해배상의 범위엔 △훼손된 분묘를 다시 설치하는 비용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등이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가능하지만, 파면⋅해임 등 중징계가 아닌 감봉 등 경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최승준 변호사는 "담당 공무원의 직무상 과실이 상당하며, 약간의 주의의무만 기울였어도 예방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망인에 대한 추모감정을 고려했을 때 피해 정도가 무겁다"고 봤다. 다만 "순천시청에 따르면 공무원이 해당 업무를 맡게 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 이전에 비슷한 사고도 없었다면 감봉 등의 경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지원 변호사도 "담당 공무원이 고의로 이런 행위를 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며 "정직⋅감봉 등의 경징계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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