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성폭행했는데…최근 3개월간 단 한 명의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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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청소년 성폭행했는데…최근 3개월간 단 한 명의 신상도 공개되지 않았다

2022. 08. 31 16:18 작성2022. 08. 31 16:4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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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lee@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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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7월 확정된 아동·청소년 성폭행 판결문 23건 분석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인권 등을 이유로 신상 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지난 4월, 학교에 가던 12살 초등학생을 자기 집으로 끌고 가 성폭행한 80대 남성. 그는 과거 두 차례나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러 처벌받았던 이력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그 정보를 알 수가 없었다.


과거 2번의 재판에서 모두 신상정보 공개가 면제됐다. 그 이유는 이랬다.


"성폭력 범죄의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022년 5월~7월 확정된 판결 23건 중 1건도 신상정보 공개 안 돼

해당 보도를 접한 뒤 많은 누리꾼은 "제대로 된 처벌과 함께 신상 공개를 제대로 했으면 막을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분노했다. 이처럼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성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의 인권 등을 이유로 신상 공개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실제로 로톡뉴스는 미성년 피해자 대상 성범죄자의 신상정보의 공개 비율을 확인해보기로 했다. 우선, 최근 3개월(2022년 5월~7월) 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청소년성보호법) 제7조 제1항(강간)이 적용된 재판을 추렸다. 가장 극악한 성범죄라는 점을 고려했다. 이 기간 판결이 확정돼 대법원이 공개한 판결문은 총 23건(8월 23일 기준). 분석 결과, 피고인 23명 중 신상정보 공개·고지 명령이 내려진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법무법인 에이프로의 최기영 변호사. /로톡DB
법무법인 에이프로의 최기영 변호사. /로톡DB

일부의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서 가해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때도 있었다. 친족관계에서 일어난 범죄의 경우다. 법관 출신 변호사인 최기영 변호사(법무법인 에이프로)는 "친족 범죄인 경우,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면 피해자 신상까지 노출될 위험이 있어 이를 고려하는 게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신상 공개가 결정되면, 성범죄자 알림e 등에서 범죄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특정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런 경우(3건)와 가해자 역시 미성년자였던 경우를 제외하고서라도(2건), 남은 18건의 경우 신상공개 명령이 나오지 않은 것은 의아한 부분이다.


"장기간 징역 살면 재범방지 효과 있을 것" 신상공개 면제

실제로 판결문을 보면, 초등학생을 상대로 범행한 경우도 신상 공개는 피해 갔다. 이 사건 30대 남성 A씨는 가출한 피해자에게 "잠자리를 제공해주겠다"며 유인했다. 그리고는 성관계를 하지 않으면 쫓아내겠다는 식으로 위력(威力)을 행사해 피해자를 성폭행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에게 징역 8년의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신상 공개를 명령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로 "장기간의 징역형을 집행함으로써 어느 정도 재범 방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썼다.


또 다른 B씨의 경우는 1심에서는 신상 공개가 결정됐다가, 2심에서 면제됐다. 베트남 국적 외국인 유학생 B씨는 SNS를 통해 알게 된 중학생 C양과 친분을 쌓았다. 그리고는 자신을 만나러 온 C양을 성폭행하고, 불법촬영까지 했다. 그리고 5개월간 약 11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이어갔다.


결국, B씨는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지난 3월 징역 4년이 선고됐다. 그러면서 1심 법원은 B씨의 신상정보를 5년간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개할 것을 명령했다.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로 형이 깎였다. 1심에서는 하지 못했던 피해자와의 합의가 이뤄져서다. 그런데 신상정보 공개도 돌연 면제됐다. 피고인과 피해자의 합의 여부는 유리한 양형 사유이긴 하지만 신상공개에는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으며, 취업제한 명령과 신상정보의 등록만으로 재범 방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보인다"고 판결문에 썼다.


판결문 분석 결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이 면제된 사유로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대법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판결문 분석 결과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이 면제된 사유로 '재범 위험성이 낮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언급됐다. /대법원·편집=조소혜 디자이너


이처럼 대부분의 사건에서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명령이 면제된 사유로 ▲성폭력 범죄의 상습성이나 재범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신상 공개는 피고인에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지속적으로 언급되고 있다.


법원의 신상공개 기준, '예방' 보다는 '재범 가능성'에 방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 공개·고지 제도는 성폭력범죄의 재범률이 높고, 지역사회에 끼치는 폐해가 다른 범죄에 비하여 무겁기 때문에 지역주민의 안전과 성범죄 선제적 예방을 도모하기 위해서 도입됐다. 하지만 실제 판결문 분석 결과를 보면, 신상공개가 '범죄 예방'보다는 막연한 '재범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최기영 변호사 역시 "(신상공개 기준이) 법관마다 기준은 다르지만, 재범의 가능성이 있는지를 먼저 고려하긴 한다"고 했다. "신상공개가 피고인과 그 가족 입장에서는 매우 공포스러운 조치"라며 "이에 재범 위험성이 크지 않은 경우 피고인의 이익을 고려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론, 이러한 의견에도 일리가 있다. 진정으로 반성했다면 정당한 죗값을 치르고 나왔을 때 품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역시 우리 사회의 몫이다. 무조건적이고 무차별적인 신상공개로 인해 이들이 사회에 나와 적응하지 못한다면, 결국 범죄를 다시 저지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히 재범 위험성을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법원은 이러한 '재범 위험성' 혹은 '재범 가능성' 등을 어떻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을까.


이에 대한 내부적인 가이드라인 등을 묻기 위해 대법원 공보관실에 취재를 요청했지만 "개별 재판에 대한 답변은 할 수 없다"는 기계적인 답변만을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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