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고소장, 피의자가 전부 본다?"…'전략적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내 고소장, 피의자가 전부 본다?"…'전략적 글쓰기'가 필요한 이유
고소장 정보공개청구 범위 둘러싼 궁금증…변호사들 "고소장은 짧게, 의견서는 길게" 한목소리

범죄 피해 사실을 낱낱이 적어 고소장을 냈는데, 만약 가해자가 그 내용을 전부 들여다본다면? 형사 고소를 준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법한 불안이다. 변호사들은 수사 단계에선 혐의 사실 요지만 공개되지만, 재판에선 전부 공개될 수 있다며 '전략적 분리 작성'을 조언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범죄 피해 사실을 상세히 적은 고소장, 피의자가 정보공개청구를 하면 어디까지 공개될까?
범죄 피해 사실을 낱낱이 적어 고소장을 냈는데, 만약 가해자가 그 내용을 전부 들여다본다면? 형사 고소를 준비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품었을 법한 불안이다.
변호사들은 수사 단계에선 혐의 사실 요지만 공개되지만, 재판에선 전부 공개될 수 있다며 '전략적 분리 작성'을 조언한다. 피고소인(고소당한 사람)의 정보공개청구에 대비해 고소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법률 전문가들의 조언을 통해 알아본다.
"내 고소장, 피의자가 다 볼 수 있나?"…공개 범위의 진실
결론부터 말하면, 수사 단계에서 고소장 전체가 공개되지는 않는다. 법무법인 에스엘 이성준 변호사는 "개인정보부분, 첨부된 증거, 그 밖에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제외하고 공개된다"면서도 "사실관계 정리 주장 등은 대부분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관련 규정에 근거한다. '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69조는 피의자의 고소장 열람·복사 범위를 '혐의사실 부분'으로 한정한다. 즉, 범죄의 일시, 장소, 방법 등 혐의를 특정하는 핵심 내용만 공개 대상이라는 의미다.
법률사무소 니케 이현권 변호사는 "'혐의 사실'이란 고소장에서 범죄 혐의를 간략하게 기재한 부분을 의미한다"며 "고소장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며, 수사기관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한 정보만 제공된다"고 부연했다.
"고소장은 짧게, 의견서는 길게"…변호사들의 '전략적 글쓰기'
이 때문에 다수의 변호사들은 '전략적 분리 작성'을 한목소리로 권고한다. 고소장에는 혐의를 입증할 최소한의 사실만 간략히 적고, 구체적인 피해 내용이나 증거에 대한 설명, 감정적 호소 등은 별도의 '변호인 의견서'나 '고소보충서'를 통해 제출하는 방식이다.
법무법인 우승 전영경 변호사는 "고소장의 내용 중 어느 부분까지 공개할 것인지는 담당 공무원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며 "고소장 전체를 공개하는 경우도 더러 있으므로, 고소장에는 고소사실만 쓰고 자세한 고소이유는 별도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마무리한 뒤 추가 의견서를 내는 것을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승문 신동휘 변호사 역시 "걱정이 되신다면 고소장에는 피의사실의 요지만 간략히 작성하시고, 별도의 의견서에 상세히 쓰시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동의했다. 이는 피고소인의 방어권 준비를 지연시키고, 고소인의 수사 전략 노출을 최소화하는 효과가 있다.
재판에 가면 '전부 공개'…최후의 방어선은 '의견서'
하지만 이 '비밀 유지'는 수사 단계에 한정된다. 사건이 검찰의 기소로 재판에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피고인과 변호인은 검사가 가진 수사기록 전체에 대한 열람·등사를 신청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는 고소장 전체 내용이 공개될 수 있으므로, 핵심적인 범죄사실은 고소장에 기재하고 상세한 정황과 증거관계는 의견서를 통해 제출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사 단계에서 제출한 의견서까지 모두 공개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고소장 작성은 수사 단계에서의 정보 통제와 재판 단계에서의 전면 공개 가능성을 모두 고려한 고도의 심리전인 셈이다. 고소인의 패를 처음부터 다 보여주지 않으면서도, 수사기관을 설득해 수사를 개시하게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전문가들이 '전략적 글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