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보다 20km 과속했는데…10차로 무단횡단 사망사고 운전자 '무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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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보다 20km 과속했는데…10차로 무단횡단 사망사고 운전자 '무죄', 왜?

2025. 07. 26 12:27 작성
김혜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hj.kim@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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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칠흑 같던 새벽, 보행자 예측 불가능

과속과 사망의 인과관계 증명 안 돼"

시속 80km로 달려도 무죄? 법원은 왜 운전자의 손을 들어줬나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참고 이미지. /구글 제미나이

시속 80km, 제한속도를 20km나 넘겨 질주한 화물차가 무단횡단하던 70대 노인을 치어 숨지게 했지만, 법원은 운전자에게 죄가 없다고 선언했다. 과속 사실이 명백함에도 무죄가 선고된 이례적인 판결, 법원은 어떤 논리로 이런 결론에 이르렀을까.


칠흑 같던 새벽의 비극, 운전자는 무엇을 잘못했나

사건은 2023년 1월 5일 오전 4시 30분, 경기도의 한 왕복 10차로 도로에서 벌어졌다. 화물차 운전자 A씨는 녹색 신호에 따라 주행 중이었다.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60km였지만, A씨는 이를 훌쩍 넘겨 과속하고 있었다.


바로 그때, 70대 B씨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도로로 들어섰고, A씨의 화물차에 치여 현장에서 숨졌다. 검찰은 A씨가 과속만 하지 않았다면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며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법원의 첫 번째 질문: 운전자가 보행자를 예측할 수 있었나

1심에 이어 항소심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항소1-3부(김종근 부장판사)는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운전자의 '예측 가능성'을 따졌다.


재판부는 "왕복 10차로의 넓은 도로, 칠흑 같은 새벽 4시 반, 차량 신호는 녹색인 상황에서 반대편에서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하며 운전할 의무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법원의 답은 '아니오'였다. 재판부는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예견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사태의 발생까지 대비하여야 할 주의의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의 두 번째 질문: 과속 안 했다면, 사고는 막을 수 있었나

A씨가 과속한 것은 명백한 사실. 그렇다면 이 과속이 B씨의 사망이라는 비극적 결과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가 증명될까? 법원은 이 지점에서도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검찰은 "제한속도를 지켰다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한속도를 준수하며 진행했더라도, 어두운 도로를 무단횡단하던 피해자를 발견하고 제동해 충돌을 피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시속 60km로 달렸더라도 사고는 피할 수 없었을 가능성을 인정한 것이다.


결국 법원은 운전자의 과속과 보행자의 사망 사이에 법적인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최종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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