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이 내 이름으로 들어 둔 적금, 만기 되면 그냥 내가 써도 될까
부모님이 내 이름으로 들어 둔 적금, 만기 되면 그냥 내가 써도 될까
'친족상도례'로 형사처벌은 안 되지만, 민사로는 책임 있어

부모님이 자신의 이름으로 들어둔 적금이 만기 되자 "돈을 달라"고 한다면? 이 요청을 거절하고, 자신이 돈을 찾아 쓴다면 법적인 문제가 있을까? /셔터스톡
자녀가 태어나면 아이의 이름으로 예·적금을 드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크면 선물로 주기 위해서다.
A씨의 부모도 그랬다. 그가 외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부모님은 그의 이름으로 적지 않은 돈을 예치해놓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현재 부모님과의 사이가 그리 살갑지 않다는 것. 독립하는 과정에서 많은 갈등이 있었고 지금은 거의 남남처럼 지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A씨의 부모는 A씨의 이름으로 들어 둔 적금이 만기가 되자 "그 돈을 찾아서 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하지만 A씨는 이 돈을 자신이 사용하고 싶다. 예전에 그가 모았던 돈도 부모님이 임의로 찾아 쓴 적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 이런 마음을 부채질한다.
이런 상황에서 A씨가 부모의 요청을 거절하고, 자신이 돈을 찾아 쓴다면 법적인 문제가 있을까?
법무법인 다산의 김춘희 변호사는 "부모가 자녀 명의로 계좌를 만들어 예금했다면, 이는 증여로 추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A씨와 부모 사이에는 증여계약을 한 사실이 없고 또 부모에게 증여 의사가 없다고 보인다"며 "단지 부모가 자녀인 A씨 명의를 빌려 계좌를 개설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변호사 김호일 법률사무소'의 김호일 변호사도 "A씨의 계좌에 부모님이 돈을 예치해 놓은 것이 증여로 보이지는 않고, 임치(돈을 맡겨둠) 내지 위임으로 보인다"고 했다.
즉, 증여였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는 한 A씨는 돈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김호일 변호사는 "A씨가 임의로 소비하거나 반환을 거부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춘희 변호사는 "현재 부모님이 A씨 명의 계좌에 있는 자신들의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만큼, A씨가 이 돈을 임의로 취한다면 횡령죄, 손해배상금 등 민·형사상 법적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봤다.
물론, A씨가 실제 부모에게 돈을 돌려주지 않고 임의로 돈을 찾아 쓴다고 하더라도 형사처벌 가능성은 없다. 부모 자식 사이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사상으로는 여전히 '돈을 갚을 책임'이 남는다. 법무법인 굿윌파트너스 주명호 변호사는 "A씨가 이 돈을 임의로 찾아 쓴다면 민법상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청구 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 변호사는 "다만 과거 부모님이 A씨의 돈을 임의로 사용한 것 역시 부모님이 부당이득한 것이므로,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시효가 소멸하지 않았다면 상계를 주장해 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채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적용된다.
다만, 김춘희 변호사는 "법적인 분쟁은 차치하고라도 부모님 돈은 당연히 부모님께 돌려드리는 게 도리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