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유예 5년 지나면 삭제?…'지워진 기록', 경찰 내부망엔 '주홍글씨'로 평생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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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소유예 5년 지나면 삭제?…'지워진 기록', 경찰 내부망엔 '주홍글씨'로 평생 남아

2025. 10. 21 11:38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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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삭제됐다" 선언하지만, 경찰 내부망엔 '주홍글씨'로 남아. 평생 따라다닐 수 있는 '유령 기록'의 실체.

기소유예 처분 기록은 5년 뒤 삭제되지만 경찰 컴퓨터에는 평생 남아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법률상 '수사경력자료'는 자동 삭제되지만, 수사기관 내부망에는 기록이 남아…일반 조회는 불가, 수사 참고자료로는 활용 가능성


5년 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던 A씨는 최근 '범죄·수사경력조회 회보서'를 발급받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회보서 위에는 그를 괴롭혔던 과거의 흔적 대신, 깨끗한 여백만이 존재했다. 법이 약속한 '5년 후 삭제' 원칙이 마침내 지켜진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의 안도는 단 한마디에 산산조각 났다. 상담하던 변호사가 무심코 던진 말 때문이었다.


"아, 그 기록이요? 경찰 컴퓨터에는 평생 남아있습니다."


법의 약속: 5년 뒤, 당신의 기록은 '0'이 된다


현행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범죄 기록 관리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검사가 범죄 혐의는 인정되지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기소유예' 처분은, 처벌받은 전과(범죄경력)가 아닌 '수사경력자료'로 남는다.


이 기록은 범죄의 법정형에 따라 5년 또는 10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삭제된다. A씨가 자신의 회보서에서 기록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은 이 법률 덕분이다.


법적으로 그의 수사 기록은 전산상에서 완전히 '삭제'된 것이 맞다. 이는 취업, 비자 발급 등 사회생활에서 어떠한 불이익도 받지 않음을 의미한다.


변호사들의 경고: 그 기록, 경찰 컴퓨터엔 남아있다


하지만 법조 실무 현장의 목소리는 달랐다. 다수의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모든 입건 사건 처분 결과를 갖고 있다"고 경고했다.


백지은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모든 입건 사건 처분 결과를 갖고 있다"고 말했고, 이진채 변호사 역시 "무혐의 사실까지도 다 볼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법에 따라 삭제된 기록을 어떻게 수사기관은 볼 수 있다는 것일까. 이 '불편한 진실'의 핵심에는 공식 기록과 내부 자료의 차이가 있었다.


민경철 변호사는 "일반인이 볼 수 있는 기록과 수사기관이 볼 수 있는 기록이 같을 리가 있겠습니까?"라며 정보력의 차이를 지적했다. 법이 지운 기록이 수사기관의 그림자 속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삭제용'과 '보관용', 국민 몰래 두 개의 장부를 쓰는 국가


이 혼란은 '기록'이 관리되는 두 가지 다른 시스템에서 비롯된다. A씨가 마주한 변호사들의 엇갈린 답변은 바로 이 '두 개의 시스템'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이 삭제를 명령하는 것은 경찰청이 관리하는 공식적인 '수사자료표'다. 우리가 신원조회를 위해 발급받는 서류는 바로 이 자료를 기반으로 한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사건 처리를 위해 별도의 내부 전산망(형사사법정보시스템, KICS 등)을 운영한다. 이현권 변호사는 "경찰과 검찰은 내부적으로 사건을 관리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며, 과거 처리된 사건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즉, 공식적인 '증명서'에서는 기록이 삭제되지만, 수사관들이 업무상 참고하는 '내부 데이터베이스'에는 사건의 이력이 보존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취업엔 문제없다"지만…당신이 다시 경찰서에 갈 때 벌어지는 일


결론적으로 A씨의 기록은 '반쪽짜리 삭제' 상태에 가깝다. 일반 기업이나 관공서 등 외부 기관은 법률에 따라 삭제된 A씨의 기소유예 기록을 절대 확인할 수 없다. 그의 사회적 신분은 법이 보장하는 대로 깨끗하다.


그러나 만약 A씨가 미래에 다른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담당 수사관은 내부망을 통해 과거 기소유예 처분 사실을 참고 자료로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박성현 변호사는 "동일 또는 유사 범죄 수사 시 참고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록이 새로운 사건의 유무죄 판단에 직접적인 증거가 될 수는 없지만, 수사관의 선입견이나 구형량에 미묘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결국 A씨의 기록은 사회를 향해서는 '삭제'됐지만, 국가를 향해서는 '보존'된 셈이다. 법이 보장하는 '잊힐 권리'는 아직 절반의 성공에 머물러 있다. 당신의 기록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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