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하면 포렌식 안 한다?"…피해야 할 '위법수사' 함정
"자백하면 포렌식 안 한다?"…피해야 할 '위법수사' 함정
혐의 인정해도 압수수색은 기본, 영장 범위 넘는 수사 막으려면

아청물 시청 혐의는 자백만으로 유죄 입증이 불가능해 포렌식이 필수다. 따라서 섣부른 자백보다 변호인 참관 하에 위법 수사를 감시하고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 AI 생성 이미지
아청물 시청 혐의를 인정하고 자백하면, 경찰이 휴대폰 포렌식을 생략해 줄까?
일부 변호사는 '그렇다'고 답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일축한다. 자백만으론 유죄 입증이 불가능해 보강증거 확보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영장 범위를 넘나드는 '별건 수사'의 덫에 걸리지 않도록 변호인 참관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다 인정하면 넘어간다?"…포렌식 둘러싼 변호사들의 '엇갈린 조언'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아청물) 시청 혐의를 받는 A씨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혐의를 전부 인정하면 수사기관이 복잡한 디지털 포렌식 절차를 건너뛸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 질문에 한 변호사는 "혐의사실을 모두 인정하면, 포렌식 검사를 진행하지 않습니다"라고 답했지만, 이는 소수 의견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는 정반대의 의견을 내놓았다.
오승윤 변호사는 "혐의를 인정하더라도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당연히 포렌식을 합니다"라고 단언했다. 박성현 변호사 역시 "포렌식 수사는 혐의를 인정하더라도 증거를 명확히 확보하고 여죄를 확인하기 위해 진행됩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백 여부와 관계없이 포렌식은 수사의 기본 절차라는 것이다.
자백이 끝이 아닌 이유…법원 "보강증거 없인 유죄 안돼"
수사기관이 자백에도 불구하고 포렌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행법상 피고인의 자백만으로는 유죄를 선고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310조는 "피고인의 자백이 그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일한 증거인 때에는 이를 유죄의 증거로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즉, 자백의 진실성을 뒷받침할 객관적인 '보강증거'가 반드시 필요하다.
안영림 변호사는 "이런 성범죄는 단순 시청인지, 소지인지 등 혐의를 명확히 하고 여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포렌식 수사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라고 지적했다.
포렌식을 통해 자백의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하고, 숨겨진 추가 범죄(여죄)까지 파악하려는 것이 수사기관의 목적이다.
'내 폰, 어디까지 뒤지나'…수사 범위 정하는 '압수수색 영장'
그렇다면 포렌식이 진행될 경우, 수사관은 피의자의 휴대폰 속 모든 정보를 제한 없이 들여다볼 수 있을까?
정답은 '아니오'다. 모든 수사는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혐의사실'과 관련된 정보로 엄격히 한정된다. 대법원 판례 역시 영장에 명시된 범죄 혐의와 무관한 증거를 압수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위법이라고 본다.
여기서 '관련된 정보'란 단순히 범행 날짜 주변의 기록만을 뜻하지 않는다. 혐의 입증에 필요한 파일, 저장·이동 이력, 관련 인터넷 접속 기록 등 객관적 관련성이 있는 모든 데이터가 포함될 수 있다.
만약 수사관이 포렌식 도중 영장에 없는 별개의 범죄 혐의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될까? 오승윤 변호사는 "관련 없다면 즉시 멈춘 다음 새로운 영장을 받아 압수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라고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우연히 발견된 별건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 탐색을 중단하고 별도의 영장을 발부받아야만 적법한 압수·수색이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법수사 막을 유일한 열쇠, '변호인 참관권' 적극 행사해야
이처럼 복잡하고 민감한 포렌식 과정에서 피의자의 권리를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바로 '변호인 참관권'이다. 피의자와 변호인은 포렌식 절차에 직접 참여해 수사관이 영장의 범위를 준수하는지, 혐의와 무관한 사생활 정보를 열람하지 않는지 감시할 수 있다.
김경태 변호사는 "참관권 행사는 매우 중요한 권리이므로,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여 적절히 행사하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이를 통해 수사의 적법성을 확인하고 의뢰인의 권리를 보호받으실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만약 영장 범위를 벗어난 위법한 수사가 이뤄졌다면, 그렇게 수집된 증거는 '위법수집증거 배제 법칙'에 따라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결국 섣부른 기대로 자백하기보다,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포렌식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이 현명한 대응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목소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