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차려보니 택시 바퀴가 내 몸 위를…'2차 역과' 가해자는 어떻게 되나요?
의식 차려보니 택시 바퀴가 내 몸 위를…'2차 역과' 가해자는 어떻게 되나요?
불법 유턴으로 1차 충돌 후 멈추지 않고 역과…늑골 7개 골절·간 손상 등 중상

불법 유턴하던 택시에 치여 쓰러진 운전자를 해당 택시가 다시 역과해 중상을 입혔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차량을 몰고 서울 신촌 인근을 지나다가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교차로에서 불법 유턴하던 택시와 부딪혀 도로에 쓰러졌는데, 의식을 차려보니 사고를 낸 그 택시의 바퀴가 자신의 몸을 밟고 지나가고 있었다.
이 사고로 A씨는 늑골 7개가 부러지고 간이 손상되는 등 생명이 위태로운 중상을 입었다.
사고 직전 황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했던 A씨. 자신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을까 걱정되는 한편, 충돌 후 멈추지 않고 자신을 역과한(차로 밟고 지나감) 택시기사를 무겁게 처벌할 수 있을지 궁금해졌다.
1차 충돌 후 의식 잃자…바퀴가 발목부터 흉부까지
사고는 최근 새벽 시간대에 A씨가 교차로를 지나던 중 발생했다. 교차로 진입 직전 신호가 황색으로 바뀌었지만, 노면이 젖어 있어 급제동 시 차량이 넘어질 것을 우려해 그대로 통과하기로 했다.
그때 교차로 중앙에서 유턴하던 택시가 A씨의 앞을 가로막았다. A씨는 충돌을 피하려 방향을 틀었지만 택시 역시 같은 방향으로 계속 움직였고, 결국 택시 앞부분을 들이받고 말았다.
A씨는 충격으로 차량 보닛 위로 넘어갔다가 도로에 떨어지며 의식을 잃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사고를 낸 택시의 바퀴가 A씨의 왼쪽 발목을 넘어 허벅지, 복부, 가슴까지 밟고 지나가고 있었다.
주변 시민들의 제지로 차량이 멈췄고, 시민 여럿이 힘을 합쳐 차를 들어올린 뒤에야 A씨는 구조될 수 있었다. 이 사고로 A씨는 늑골 7개 골절과 간 손상 등 중상을 입었다.
변호사들 “쓰러진 사람 역과, 중대 과실…형사 처벌 가능성 높아”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택시기사가 무거운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고 봤다. 1차 충돌보다 쓰러진 피해자를 인지하지 못하고 2차로 역과해 중상을 입힌 점이 훨씬 중대한 과실이라는 분석이다.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1차 충돌 후 쓰러진 의뢰인을 택시가 2차로 역과하여 늑골 골절 등 중상해를 입힌 점은 중대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될 수 있다”며 “피해 정도가 매우 커서 택시의 종합보험 가입 여부와 무관하게 형사 처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 역시 “사안의 핵심은 1차 충돌 자체보다, 충돌 후 쓰러진 사람을 택시가 다시 역과한 경위”라고 지적했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차량을 멈추지 않고 쓰러져 있는 신체를 바퀴로 넘어간 행위는 형법 제268조의 업무상 과실치상죄가 엄격하게 적용되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법적으로 늑골 골절 및 간 손상 등은 ‘중상해’에 해당할 수 있다.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중상해 사고나 신호위반 등 12대 중과실 사고는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종합보험에 가입했더라도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나도 황색신호 진입했는데…과실비율은?
A씨가 황색 신호에 교차로에 진입한 점은 A씨의 과실로 잡힐 수 있다. 도로교통법상 황색 신호에는 정지선 전에 멈춰야 하기 때문이다.
홍윤석 변호사는 “황색 신호로 교차로에 진입한 부분은 다소 불리하게 작용하여 일방적인 무과실을 주장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는 민사상 손해배상액을 정하기 위한 ‘과실비율’ 산정에 주로 영향을 미친다. 변호사들은 택시의 불법 유턴과 2차 역과 행위의 과실이 훨씬 크다고 분석했다.
홍 변호사는 “택시의 무리한 유턴과 충돌 후 즉시 정차하지 않은 과실을 명확히 입증한다면, 과실 비율을 줄여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법원은 통상 신호를 위반한 불법 유턴 차량의 과실을 70~90% 수준으로 무겁게 본다.
중상해 사고, '이 증거'부터 신속히 확보해야
변호사들은 중상해가 발생한 교통사고에서는 초기 증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면 증거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교통사고조사팀장 출신인 법률사무소 새율의 최성현 변호사는 “현장 CCTV 및 블랙박스 영상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덮어쓰기로 삭제될 수 있으므로, 즉시 확보를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도 “현장 CCTV, 버스정류장·상가 영상, 택시 블랙박스, 119 신고기록, 목격자 연락처는 보존기간이 짧아 바로 확보 요청을 해두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탄탄 이수천 변호사는 “시민들의 제지로 차량이 정지하였다는 점은 사고 당시 상황을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으나, 그것만으로 곧바로 중한 형사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객관적 증거로 운전자의 인식 가능성과 운전 경위를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확보한 증거는 택시기사의 형사책임을 묻고, 민사소송에서 정당한 손해배상(치료비, 휴업손해, 위자료 등)을 받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