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전 소 한 마리에 판 땅, 날벼락 같은 소송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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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소 한 마리에 판 땅, 날벼락 같은 소송으로 돌아왔다

2026. 07. 02 15:16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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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도 안 받은 땅, 외할아버지의 계약 책임을 왜 내가 지나요?

수십 년 전 외할아버지가 소 한 마리를 받고 팔았지만 등기를 넘기지 않은 땅이 세대를 거쳐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되었다. / AI 생성 이미지

수십 년 전 외할아버지가 미성년자 시절 소 한 마리를 받고 팔았지만 등기를 넘기지 못한 땅. 그 땅을 상속받은 외숙모가 팔려 하자, 원주인이 모든 상속인에게 소송을 걸어왔다.


상속재산도, 경제적 이익도 없는 딸에게까지 배상 책임의 그림자가 드리우며, 잊혔던 계약서 한 장이 세대를 거쳐 법적 분쟁의 불씨가 된 사연을 파헤쳐 본다.


"소 한 마리와 맞바꾼 땅, 대를 이은 족쇄가 되다"


사건의 시작은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씨의 외할아버지는 15세 미성년자 시절, 먼 친척에게 땅을 팔고 그 대가로 경작용 한우 한 마리를 받았다.


하지만 당시 나이가 어려 매도용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했고, 땅의 등기 명의는 외할아버지 앞으로 남게 되었다. 불안했던 친척은 외할아버지에게 "토지의 점유권과 관리권을 위임하고, 무단으로 처분할 경우 위약금을 지불한다"는 내용이 담긴 '묘지위임관리증서'를 받았다.


세월이 흘러 2002년 외할아버지가 사망하자 이 땅과 계약상 의무는 작은 외삼촌에게 단독으로 상속됐고, 2010년 외삼촌마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부인인 작은 외숙모와 자녀들이 땅을 물려받았다.


문제는 2021년, 작은 외숙모가 이 땅을 팔려고 내놓으면서 터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친척 측이 외할아버지의 모든 상속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씨의 어머니는 해당 토지를 상속받지도, 그로 인한 어떤 경제적 이익도 얻지 않았으며, 문제의 '증서' 존재조차 몰랐지만 하루아침에 피고 신세가 되었다.


"상속 안 했으니 무관" vs "의무도 포괄 승계"... 엇갈린 법리 해석


갑작스러운 소송에 휘말린 A씨의 어머니는 과연 배상책임을 져야 할까?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책임이 없다는 측은 계약 위반의 '당사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신은정 변호사는 "어머님은 상속재산분할 과정에서 해당 토지에 대한 권리를 취득하지 않았으므로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처분 권한 자체가 없었고 처분 행위에도 관여하지 않은 어머님에게 계약 위반에 따른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은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홍현필 변호사 역시 "민법 제1015조에 따라 상속재산의 분할은 상속이 개시된 때에 소급하여 그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토지를 상속받지 않았고 경제적 이익도 얻지 않은 어머니는 원칙적으로 해당 토지의 처분과 관련한 배상 책임에서 제외되는 것이 타당합니다"라고 분석했다.


특히 송인혁 변호사는 약정 자체의 효력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부동산실명법 제4조에 따라 명의신탁 약정은 무효입니다. 법원 판례는 명의신탁 약정이 무효인 이상, 수탁자의 처분행위를 제한하거나 위약금을 부과하여 처분 금지 의무를 강제하는 위약금 약정 역시 무효라고 판시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상속'의 법적 무게를 경고한다. 남희수 변호사는 "민법에 따라 상속은 피상속인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므로, 어머니가 외할아버지의 상속인이라면 단순히 그 사실을 몰랐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책임이 면제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라고 말했다.


상속 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았다면, 재산뿐만 아니라 채무도 법정상속분에 따라 물려받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강원모 변호사도 "다만 상대방이 '외할아버지의 계약상 의무(위약금·손해배상 등)가 상속으로 넘어왔다'는 구조로 청구하면, 엄마가 공동상속인인 이상 상속분 범위에서 책임이 문제될 여지는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무대응은 패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경고, 해법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것은 단 하나, '절대 무대응하지 말라'는 것이다. 책임이 없다고 생각해 소장을 무시하고 방치하면, 법원은 상대방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자백간주 판결'을 내릴 수 있다. 억울하게 패소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홍윤석 변호사는 "따라서 법원에 답변서를 제출하여 '어머님은 2002년 상속 당시 해당 토지를 상속받지 않았고, 2021년 처분 행위와 무관하여 계약 위반의 당사자가 아님'을 객관적으로 입증하고 적극적으로 다투어, 소송 기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좋습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이 사건의 운명은 60년 전의 낡은 증서와 복잡하게 얽힌 상속 관계를 법리적으로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하영우 변호사의 조언처럼, 소장의 청구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속재산분할 내역, 등기부등본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나는 계약 위반의 당사자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 소송에서 벗어날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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