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보낸 '섹파' 메시지 한 통, 성범죄 될까…법원의 판단 기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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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보낸 '섹파' 메시지 한 통, 성범죄 될까…법원의 판단 기준은?

2025. 10. 16 11:5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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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13인 '처벌 어렵다' 한목소리…'단순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의 결정적 차이

A씨가 사람을 착각해 "섹파 할래요"라는 메시지를 엉뚱한 사람에게 보내 버렸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섹파 하실래요?" 메시지 한 통…'성범죄'와 '실수' 가르는 법원의 결정적 기준


호기심에 켠 채팅앱, 실수로 보낸 메시지 한 통이 한 남성을 '성범죄자'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섹스파트너 하실래요?"라는 물음이 의도치 않은 상대에게 전송된 순간, 평범한 일상은 법적 분쟁의 악몽으로 변했다.



"죄송합니다" 사과했지만…'통매음' 공포에 잠 못 이룬 밤


사건의 전말은 한순간의 착각에서 시작됐다. A씨는 며칠 전 채팅앱에서 "섹스파트너를 구한다"는 자신의 글에 관심을 보였던 여성에게 연락하려 했다. 그는 반가운 마음에 "제 스타일이라… 섹스파트너 하실 생각 있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싸늘한 "??". 상대방이 다른 사람임을 깨달은 A씨는 경악했다.


그는 즉시 "제가 헷갈렸나 봐요. 죄송합니다"라고 사과하고 상대가 메시지를 읽기도 전에 채팅방을 나왔다. 계정까지 삭제했지만, 불안감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자신의 실수가 성폭력처벌법상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라는 성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였다.



변호사 13인의 만장일치 "성범죄 성립 어렵다"


온라인 법률 상담 플랫폼에 올라온 이 남성의 사연에 변호사 13인은 약속이나 한 듯 '처벌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을 내놨다. 전문가들이 만장일치에 가까운 결론을 내린 이유는 명확했다.


정찬 변호사는 "다른 사람이라 해도 착오에 의한 단순 실수이기에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경태 변호사 역시 "구체적인 성적 묘사가 포함되지 않은 단순 제안"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은 노골적인 음란물을 보내거나 상대의 거부에도 집요하게 메시지를 보내는 행위와, 오해에서 비롯된 일회성 질문 후 즉각 사과한 경우를 엄격히 구분한다. 박성현 변호사는 "상대방 반응을 보고 곧바로 사과 후 대화를 중단한 점"이 결정적이라고 분석했다.



'불쾌감'과 '성적 수치심' 가르는 대법원의 '자'


이 사건의 법적 쟁점은 남성의 메시지가 과연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수준이었는지다. 통매음은 '자기 또는 타인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등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성립한다.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는 중한 범죄다.


대법원은 '성적 수치심'의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한다. "단순한 부끄러움이나 불쾌감을 넘어, 인격적 존재로서의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어야 하며, "사회 평균인의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어야만 범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6도21389 판결). 즉, 상대방이 기분 나빴다는 주관적 감정만으로는 부족하며, 사회 통념상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정도의 표현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리라법률사무소 김현중 변호사는 "'섹스파트너'라는 발언이 불쾌감을 주는 저속한 표현일 수는 있으나, 그 자체만으로 통매음 처벌 대상인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표현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처벌 피하면 끝? "경찰 조사는 각오해야"


그렇다면 씨는 완전히 안심해도 될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 '면죄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상대방이 고소장을 접수한다면,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 조사는 피하기 어렵다.


법무법인 심의 심규덕 변호사는 "고소가 접수되면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경찰 조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형사처벌을 면하더라도 수사기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과정 자체가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정신적, 시간적 부담이다.


법무법인 리버티 김지진 변호사 역시 "막연히 괜찮을 것이라 낙관하기보다, 고소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채팅앱의 익명성에 기댄 한순간의 실수가 돌이킬 수 없는 법적 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따끔한 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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