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방 몰카 피해자, 성매매로도 처벌받나?…'피해자'와 '피의자'의 갈림길
키스방 몰카 피해자, 성매매로도 처벌받나?…'피해자'와 '피의자'의 갈림길
불법촬영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앞둔 여성의 딜레마…'유사 성매매' 혐의 입건 가능성에 변호사들 의견 엇갈려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이 손님에게 불법 촬영 피해를 당했지만, 성매매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였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피해자인가, 피의자인가
유흥업소에서 일하던 여성이 손님에게 '몰카' 피해를 당했지만, 되레 성매매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불법촬영 범죄의 명백한 피해자임에도, 사건의 배경이 된 업무 환경 탓에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가해자가 직접 경찰 불렀지만…" 피해자의 아이러니
사건은 키스방에서 일어났다. 한 여성이 손님을 응대하던 중, 그의 핸드폰 각도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확인 결과 동영상 녹화 중이었다. 속옷만 벗은 상태에서 유사 성행위가 이루어지던 순간이었다. 여성이 이를 발견하자, 손님은 돌연 "자수하겠다"며 직접 경찰을 불렀고 현장에서 체포됐다.
여성은 며칠 뒤 경찰로부터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복잡했다. 불법촬영의 피해자라는 사실과 별개로, 자신이 제공한 서비스가 성매매로 문제 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그녀는 "이 경우 저도 처벌이 될까요?"라며 법률 자문을 구했다.
명백한 '몰카' 피해자…엇갈리는 '성매매' 처벌 가능성
법률 전문가들은 손님의 불법촬영 행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 위반에 해당한다고 입을 모은다. 동의 없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한 명백한 범죄이며, 여성은 이 사건의 피해자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여성의 행위가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상 '유사 성교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변호사들의 의견은 크게 엇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들은 수사기관이 불법촬영 사건에 집중하고 성매매 혐의는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권민정 변호사(법률사무소 민앤정)는 "담당 수사관 의지에 따라 너무 다르다"며 "성매매로 추가 입건 안 시키고, 카메라 촬영 사안에 대해서만 조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실무 경향을 설명했다.
반면, 처벌 가능성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조기현 변호사(법무법인대한중앙)는 "질문자도 유사 성매매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단언했다. 박지영 변호사(법무법인 신의) 역시 "담당 수사관이 유사성행위 부분을 문제 삼아 성매매로 수사를 확대한다면 피의자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사관의 '의지'에 달렸다?…실무는 왜 다른가
왜 동일한 사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전망이 엇갈릴까. 이는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를 인지했을 때 반드시 수사를 개시해야 하는 원칙과, 현장의 수사 재량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피해자 조사 과정에서 성매매 정황이 드러나면 경찰은 이를 '인지'해 별도 사건으로 수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수사가 확대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게 중론이다. 검사 출신인 안영림 변호사(법무법인 선승)는 "성범죄 피해자인 만큼 입건하지 말아 달라고 (경찰에) 말씀해 보시기 바란다"고 조언했다.
권문규 변호사(법률사무소 공간과길)는 "수사관이 그 정도로 큰 의지를 가지고 수사할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대단한 중범죄도 아니고, 수사관 개인의 실적에도 별 도움이 될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현실적인 배경을 짚었다.
결국 불법촬영 피해자를 성매매 피의자로 전환할지 여부는 수사관의 의지와 판단에 달린 '회색지대'인 셈이다.
피해자이자 피의자 될 수도…'이렇게' 대응해야
전문가들은 이런 복잡한 상황일수록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장 공통된 조언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것'이다. 경찰 간부 출신인 황순철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피해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는 경우에도 변호사의 조력이 필요하다"며 "상대방은 동의 하에 촬영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고, 변호사 조력 유무에 따라 사건의 방향이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사 과정에서는 불법촬영 피해 사실을 명확하고 일관되게 진술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경태 변호사(김경태 법률사무소)는 "몰카 촬영 사실을 발견한 경위와 정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성매매 관련 질문을 받게 되면, 업주의 강요나 경제적 압박 등 어쩔 수 없었던 사정을 설명해 '성매매 피해자'에 해당할 여지가 있음을 주장하는 것도 방법이다.
조기현 변호사는 "성판매 전과가 남게 되면 벌금형이라도 해외 출입국 시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며 변호사 조력을 통해 불입건, 불송치, 기소유예를 목표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여성은 범죄 피해자로서의 권리를 보호받는 동시에, 잠재적 피의자로서의 방어권도 행사해야 하는 위태로운 줄타기를 하게 된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