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잠자리 좋아해?" 물은 신입 경찰, 성희롱일까? 법원 "징계 취소하라"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단독] "잠자리 좋아해?" 물은 신입 경찰, 성희롱일까? 법원 "징계 취소하라"

2026. 02. 11 14:33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글자 크기 설정

미리보기

더 이상 어렵지 않은 법을 위한 인터넷 신문 로톡뉴스를 만나보세요. 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생각과 가치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부적절하지만 성희롱은 아니다"

신입 경찰의 징계 뒤집은 법원의 판단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개인 SNS에 제복 사진을 올려 호감을 얻은 여성과 연락하던 중 부적절한 성적 질문을 던진 신입 경찰관이 받은 징계가 법원에서 취소됐다.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박정대)는 순경 A씨가 서울특별시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취소 소송(2022구합89395)에서 "감봉 2월의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경찰 제복 사진 보고 먼저 연락한 여성... 밤샘 근무 중 터져 나온 질문

사건의 발단은 2021년 9월 순경으로 임용된 A씨의 SNS 활동이었다. A씨는 개인 블로그와 SNS에 경찰 제복을 입은 모습이나 순찰차 내부, 무전기 등 경찰 장비가 노출된 사진을 다수 게시했다.


이를 본 여성 B씨는 A씨에게 호감을 표하며 먼저 연락을 취했고, 두 사람은 사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관계가 됐다.


문제가 된 발언은 2022년 2월 15일 새벽, 야간 근무 중이던 A씨가 B씨와 통화를 나누던 중 발생했다. 당시 B씨로부터 과거 성폭력 피해 전력이 있다는 말을 들은 A씨는 "연애를 하면 잠자리하는 것을 좋아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던졌다.


이후 두 사람의 관계가 틀어지자 B씨는 이를 민원으로 제기했고, 서울강남경찰서 징계위원회는 A씨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판단해 정직 1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고 징계는 감봉 2월로 감경됐으나, 성희롱 혐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며 결국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법원 "부적절한 언행은 맞지만 법적 성희롱은 아냐"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이 성희롱에 해당하는지를 집중적으로 검토했다. 판결에 따르면 성희롱이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일반적인 사람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껴야 하며, 상대방의 반응 등 구체적 사정을 참작해야 한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경우 B씨가 먼저 연락해 호감을 표시하며 만남을 요청했던 점, 해당 발언이 사적인 대화 과정에서 일회적으로 이루어진 점을 꼽았다.


또한 발언 다음 날에도 B씨가 별다른 문제 제기 없이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갔다는 점을 들어, 이를 법적 의미의 성희롱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인 경찰청 측이 이를 성희롱으로 판단할 만한 충분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잘못된 징계 기준 적용... "시보 순경에게 지나치게 가혹"

다만 법원은 A씨의 행위가 무죄라는 의미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경찰공무원으로서 근무 시간 중 장시간 사적인 연락을 취하고, 성적 내용을 담은 부적절한 질문을 한 것은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한 징계 사유가 된다는 취지다.


문제는 징계의 수위였다. 경찰 측은 A씨의 행위를 '성 관련 비위'로 분류해 중징계 기준을 적용했지만, 법원은 성희롱이 인정되지 않는 만큼 일반 비위 징계 양정 기준을 따랐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임용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보 순경이었던 점, 스스로 깊이 반성하며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처분은 지나치게 가혹하여 비례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결국 법원은 경찰청의 징계 처분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고 결론지었다.

나만 모르는 일상 법률 상식, 매일 아침 배달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