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에 실수로 올린 내 '속옷 사진', 동료가 돌려봤다면?
클라우드에 실수로 올린 내 '속옷 사진', 동료가 돌려봤다면?
경로 공유, 화면 보여주기도 '반포죄'?…변호사들 의견 '팽팽'

퇴사한 직원이 회사 클라우드에 남긴 사적인 사진을 동료가 발견해 다른 직원에게 보여준 행위를 두고 범죄 성립 여부 논란이 있다. / AI 생성 이미지
퇴사한 직원이 회사 클라우드에 실수로 남긴 사적인 사진을 발견한 동료가 다른 직원들에게 그 존재를 알리고 컴퓨터 화면으로 보여줬다면, 이는 범죄일까?
사진 파일을 직접 전송하지 않았더라도 성폭력처벌법상 '반포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의견과, 단순 정보 전달에 불과해 죄가 되기 어렵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법조계의 엇갈린 시선 속, 핵심 쟁점과 처벌 가능성을 짚어본다.
'실수로 남긴 사진'이 부른 파장
사건은 퇴사한 직원 A씨가 회사 클라우드 서버의 개인 폴더에 자신의 속옷 차림 사진 여러 장을 실수로 남겨두면서 시작됐다. A씨의 업무를 인계받던 동료 B씨는 이 사진들을 발견했고, 다른 직원 C씨에게 "퇴사한 A의 이런 사진이 있다"고 말하며 사진이 저장된 클라우드 경로를 알려줬다. 심지어 B씨는 몇몇 동료들에게 자신의 컴퓨터 모니터로 직접 사진을 띄워 보여주기까지 했다.
이 사실을 C씨를 통해 전해 들은 A씨는 B씨를 고소하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A씨의 동의 없이 사진의 존재와 위치를 알리고 보여준 B씨의 행위는 과연 처벌 대상이 될까?
경로 공유는 유죄? 무죄?…변호사들의 엇갈린 시선
법조계에서는 B씨의 행위를 두고 '카메라등이용촬영물 반포죄' 성립 여부에 대한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다수의 변호사는 유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이루리 변호사는 "B가 A의 사적인 사진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사진이 저장된 경로를 알려준 행위 자체는 '공개' 또는 '제공'으로 간주될 수 있어, 촬영물 반포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윤관열 변호사 역시 "다른 사람이 사진을 열람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경로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법적 책임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며 비슷한 견해를 보였다.
다른 한 변호사는 B씨의 행위가 "카촬유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는 결코 가볍지 않은 중범죄"라고 경고했다.
반면, 무죄를 주장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김일권 변호사는 "파일 자체를 보내준 것이 아니고, 파일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유포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법무법인 에스엘의 이성준 변호사도 "클라우드에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 정보를 주고 이를 화면으로 보여주었다면 반포에 해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사료된다"며, 경로를 알려주지 않아도 이미 공개된 정보였기에 B씨가 이를 점유해 제공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내가 찍은 사진도 '의사에 반해' 유포하면 처벌 대상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핵심은 A씨가 스스로 촬영한 사진이라는 점이다. 과거에는 타인이 몰래 찍은 사진을 유포해야만 처벌 대상이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2020년 개정된 성폭력처벌법 제14조 2항은 촬영 당시에는 동의했더라도, 혹은 자기 자신을 직접 찍은 촬영물이더라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유포하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법무법인 정향의 오주하 변호사는 이 점을 지적하며 "비록 피해자가 직접 촬영하여 올린 사진이라 하더라도 이를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반포하거나 제공하는 경우에는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B씨의 행위가 A씨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는 '제공' 또는 '전시' 행위로 인정될 수 있느냐가 유무죄를 가르는 핵심적인 기준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