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채팅인 줄 알았는데"…홧김에 쓴 욕설, 모욕죄 될까?
"1:1 채팅인 줄 알았는데"…홧김에 쓴 욕설, 모욕죄 될까?
변호사들 “공연성 인식 없었다면 무혐의, 되레 협박죄 가능”

게임사 1대1 고객상담 채팅에서 욕설을 한 이용자가 모욕죄 고소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게임사 CS(고객상담)에 홧김에 "씨X병X" 욕설을 쏟아냈다가 '모욕죄 고소' 위기에 처한 이용자.
업체는 "전 직원이 본다"며 압박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1대1 대화로 알았다면 범죄의 핵심 요건인 '공연성'이 성립하지 않는다"며 무혐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심지어 업체의 고소 엄포가 되레 '협박죄'가 될 수 있다는 반격 카드까지 제시됐다.
"씨X병X매미뒤진X" 홧김의 욕설, "전 직원 본다"는 경고
게임 이벤트 대리업체와 1대1 고객상담 채팅을 하던 A씨. 대화가 풀리지 않자 감정이 격해졌고, 그는 결국 선을 넘고 말았다. A씨는 채팅창에 “X병신”, “씨X병X매미뒤진X” 등 입에 담기 힘든 표현을 쏟아냈다.
잠시 후 돌아온 것은 사과나 해명이 아닌, 업체 대표의 차가운 경고였다. 업체 측은 "CS톡은 전직원이 볼수 있는 매체이니 모욕죄 성립이 가능하다"며 A씨를 고소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A씨는 "CS직원이 여럿인지도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고, 인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순간의 분노는 형사 고소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위기에 처했다.
모욕죄의 철벽 방패, '공연성'을 아시나요?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했을 때 성립한다. 법조계의 시선은 A씨의 행위에 '공연성'이 있었는지에 집중된다. 공연성이란 불특정 다수가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하는데, A씨의 사례는 이와 거리가 멀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법률사무소 가온길의 백지은 변호사는 "CS톡 내용이 모두에게 공개된 매체가 아니라면 1:1 대화는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가 되지 않습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법률사무소 수훈의 이진규 변호사 역시 1대1 대화의 경우 공연성이 없어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같이했다. A씨가 해당 채팅을 1대1 비공개 대화로 믿었다면, 범죄의 첫 단추부터 꿰어지지 않는 셈이다.
"다른 직원 볼 줄 몰랐다"...법의 눈은 '고의'를 본다
그렇다면 업체 주장대로 A씨의 욕설이 다른 직원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었다면 어떻게 될까? 이 경우에도 법원은 A씨가 '다른 사람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최소한 그럴 수 있음을 용인했는지(미필적 고의)를 따진다.
법무법인 베테랑의 김재헌 변호사는 "상대방이 언급한 'CS톡이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매체'라는 주장은 공연성을 주장하기 위한 근거로 보입니다. 하지만 A씨가 이 채팅방이 공개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지받지 못했고,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라면 공연성을 다투어 볼 여지가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법률사무소 명중의 윤형진 변호사 또한 "본 사안에서 'CS채팅 내용을 다른 직원들도 볼 수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는 주장이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지 관건입니다."라고 지적하며, 사전에 고지받지 못했다는 점이 중요한 방어 논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변호사들의 최종 조언 "섣부른 합의는 금물, 협박으로 맞대응도 가능"
전문가들은 A씨가 고소 위협에 섣불리 사과하거나 합의하기보다, 법리적으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이러한 상황에서 A씨가 제3자의 존재를 예측하거나 인식할 수 없었다면, 공연성 요건이 충족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라며 객관적 자료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심지어 더 강경한 대응을 주문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무법인대한중앙의 조기현 변호사는 "A씨는 해당 채팅방이 개인 톡 방인 줄 알았기 때문에, A질문씨의 모욕 행위는 공연성에 대한 인식이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입니다."라고 단언하며, "상대방이 현재 고소 운운하고 있으므로 이는 협박이라고 되돌려 주시길 바랍니다."라는 파격적인 조언을 덧붙였다.
결국, 법적 다툼으로 비화되더라도 A씨가 '공연성'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입증한다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