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백한 촉법소년, 압수수색은 왜 번번이 막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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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백한 촉법소년, 압수수색은 왜 번번이 막히나?

2026. 05. 08 10:45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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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인정해도 물증 확보 '난항'…소년법의 보호 이념이 '벽'으로

촉법소년이 성착취물 시청을 자백하면, 법원이 강제수사 필요성을 낮게 보고 영장을 기각해 수사기관이 딜레마에 빠진다. / AI 생성 이미지

아동 성착취물을 시청했다고 자백한 촉법소년 앞에서 수사기관이 속수무책인 상황이 벌어졌다.


혐의를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범행 도구인 디지털 기기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 영장이 법원의 높은 벽에 가로막히기 때문이다. 처벌이 아닌 교화를 우선하는 소년법의 이념이 강제수사의 필요성과 충돌하면서 빚어지는 딜레마다.


자백이 부른 '역설'…수사기관의 딜레마


촉법소년(만 10세 이상 14세 미만)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시청 혐의를 모두 인정하며 순순히 자백했다. 하지만 수사는 예기치 않은 난관에 부딪혔다. 진술 외에는 혐의를 뒷받침할 객관적 물증이 전무한 상태.


결정적 증거가 담겨 있을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압수수색이 필수적이지만, 정작 법원이 영장을 내주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의자의 자백이 오히려 강제수사의 필요성을 낮추는 역설적인 상황에 수사기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엇갈리는 법조계 시선…'범죄 아냐' vs '실무상 제한'


촉법소년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 여부를 두고 법조계의 해석은 미묘하게 엇갈린다.


법무법인 건영 김수민 변호사는 촉법소년은 형사책임능력이 없어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그는 "혐의를 인정했고 시청을 한 도구(휴대전화 컴퓨터 등)이 있으면 그 자체로 보강증거는 충분하니 혐의입증에 무리가 없고,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자백과 범행 도구만으로도 보호처분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반면 김경태 법률사무소의 김경태 변호사는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현실의 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수사기관은 원칙적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 있으나, 법원은 촉법소년의 특수성을 고려해 매우 신중하게 판단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해당 소년이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강제수사의 필요성이 더욱 낮게 평가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해, 자백이 영장 발부에 미치는 영향을 짚었다.


법전엔 '가능', 현실은 '신중'…소년보호 이념의 무게


이러한 혼란의 근원은 법 조문과 현실의 괴리에 있다.


현행 소년법 제27조는 소년부 판사가 보호사건 조사를 위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법적으로는 영장 발부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영장을 심사하는 법원은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다는 소년법의 기본 이념에 따라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


특히 피의자가 혐의를 인정하는 상황에서, 강제적인 압수수색이 소년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비례의 원칙'을 엄격하게 따진다.


결국 범죄 증거를 확보해야 하는 수사기관의 필요성과 소년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법원의 가치가 충돌하면서, 법전에 명시된 압수수색이 현실에서는 번번이 기각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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