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지웠다"는 그 말 믿었나?…'소지' 만으로 징역 7년, '골든타임'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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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지웠다"는 그 말 믿었나?…'소지' 만으로 징역 7년, '골든타임'은 지금

2025. 10. 13 12:07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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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연인의 '디지털 인질극'…법조계 "고소 통한 '압수수색'이 유일한 해법, 가해자 말 믿고 시간 끌면 증거 인멸"

과거에 외국인 남자친구로 부터 불법촬영을 당했던 A씨는 그 영상이 아직도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시달리고 있다. /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동의 없이 찍은 성관계 영상, 복구·유포될까 불안…법조계 "촬영 자체로 범죄, 신속한 고소로 압수수색해야"


"영상을 모두 지웠다." 헤어진 외국인 남자친구 B씨의 마지막 말은 A씨에게 위안이 아닌, 끝나지 않는 공포의 시작이었다. 그의 말이 귓가에 울릴 때마다, 과거 B씨가 무용담처럼 내뱉었던 "삭제했던 사진도 돈 주면 복구할 수 있다"는 섬뜩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A씨의 일상은 보이지 않는 '디지털 인질극'의 무대가 됐다. 혹시 그 영상이 어딘가 백업되어 있다면? 누군가 복구해 인터넷에 유포라도 한다면? 한때 사랑을 속삭이던 스마트폰은 이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었다.


"내 몸이 어딘가에 '파일'로 떠돈다면"…삭제 약속은 왜 공염불이 되나


A씨의 사례는 연인 간 불법촬영 범죄가 피해자에게 남기는 깊은 상흔을 보여준다. 가해자의 '삭제했다'는 말 한마디에 의지하기엔 디지털 세상의 위험은 너무나 크다. 특히 가해자가 파일 복구 경험을 자랑처럼 늘어놓았다면, 그 약속은 피해자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뿐이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공포가 결코 망상이 아니며, 즉각적인 법적 대응이 유일한 탈출구라고 강조한다. 법무법인 리버티의 김지진 변호사는 "명백히 동의 없이 촬영된 영상은 그 자체로 불법이며 형사처벌 대상"이라며 "가해자가 삭제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특히 외국인인 점을 고려해 신속하고 확실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포 안 해도 '소지'만으로 징역 7년…'N번방'이 바꾼 법


많은 이들이 불법촬영 범죄를 '유포'되어야만 성립한다고 오해하지만, 법은 그렇지 않다. 상대방 의사에 반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신체를 촬영하고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14조 위반이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특히 '소지죄'는 'N번방 사건'을 계기로 강화된 조항이다. 불법 촬영물의 수요 자체를 차단하고, 유포 가능성만으로 피해자가 겪는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범죄로 인정한 입법 취지가 담겨 있다. 법무법인 선승의 안영림 변호사는 "촬영 행위 자체로 고소가 가능하며, 소지 사실만으로도 처벌 대상"이라고 명확히 했다.


'골든타임'은 압수수색, 그러나…현실의 벽은 높다


해결의 열쇠는 '신속한 형사 고소'를 통한 '압수수색'이다. 고소장이 접수되면 수사기관은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가해자의 휴대전화, PC, 클라우드 서버까지 강제로 수사할 수 있다.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삭제된 영상의 흔적까지 찾아내는 것이 목표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존재한다. 수사기관이 유포 정황 등 명확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압수수색 영장 신청에 소극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세담 허유영 변호사는 "수사관이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제출을 요구할 경우, 가해자가 증거를 인멸할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며 "초기 단계부터 변호사의 조력을 받아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해자가 촬영을 인정한 대화 기록 등은 반드시 확보해야 할 결정적 증거다.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면?…'출국금지'부터 '국제공조'까지


A씨처럼 가해자가 외국인이라면 문제는 한층 복잡해진다. 본국으로 돌아가 버리면 사실상 수사가 중단될 수 있다.


법무법인 한별의 김전수 변호사는 "가해자의 출국 여부를 신속히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출국 금지 요청을 해야 한다"며 "이미 출국했더라도 국제 공조 수사를 통해 영상 유출 여부를 추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촬영 피해는 시간이 흐를수록 유포 가능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등을 통해 24시간 유포 모니터링과 삭제 지원, 법률 및 심리 상담 등 통합적인 도움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당신의 공포는 망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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