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통지서 인증샷 올렸다가…명예훼손 철퇴 맞은 A씨
검찰 통지서 인증샷 올렸다가…명예훼손 철퇴 맞은 A씨
'클린한 사이버 세상' 외쳤지만
'정의 구현' 후기가 범죄가 된 이유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자신을 비방한 네티즌을 '참교육'했다는 통쾌한 후기를 올린 남성 A씨. 그는 정의를 구현했다고 믿었지만, 법원은 그에게 '명예훼손'이라는 철퇴를 내렸다. 온라인 공간에서의 '정의 구현'과 '사적 보복'의 경계는 어디일까. A씨의 사례는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명확히 보여준다.
'클린한 사이버 세상' 외쳤지만…'정의 구현' 후기가 범죄가 된 이유
사건의 발단은 온라인 카페 'C'였다. A씨는 특정 영업 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카페 회장 J씨를 비롯한 회원들이 반박하며 격렬한 논쟁이 벌어졌다.
자신을 향한 비판이 비방으로 느껴진 A씨는 결국 J씨 등 4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강수를 뒀다.
얼마 후, A씨는 자신이 원하던 결과를 손에 쥐었다. 그가 고소한 회원들이 검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것이다. 승리감에 도취한 A씨는 2015년 7월, '지금까지 진행상황'이라는 제목으로 카페에 글을 게시했다.
그는 "명예훼손 3건 경찰에서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으니 기대됩니다. 이번 결과로 인해 C에 악플질이 사라지길 바랍니다"라며 '클린한 사이버 세상'을 기원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는 이 글에 검찰의 처분 결과 통지서를 캡처해 첨부한 것이었다. 이 '인증샷'이 그의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될 줄은 몰랐다.
"억울하다" A씨의 항변, 법원은 왜 '사적 감정'을 읽었나?
법정에 선 A씨는 "악성 댓글을 막기 위한 공익적 목적이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정인을 비방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부산지법 양소은 판사는 A씨의 글에서 '공익'이 아닌 '사적 감정'을 읽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들에게 평소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형사처분을 받은 사실은 피고인의 개인적인 관심사일 뿐, 카페 회원 전체의 공공 이익에 관한 사항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법원의 논리는 명쾌했다. 정말 악플 근절이 목적이었다면, "굳이 피해자 개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검찰 처분 내용을 게시할 필요는 없었다"는 것이다. A씨의 행위는 공익의 탈을 쓴 비방 행위라고 판단했다.
"성씨만 공개했는데?" A씨의 마지막 반론, 왜 통하지 않았나
A씨 측은 "피해자들의 성씨만 공개해 신원이 특정되지 않았으므로 명예훼손이 아니다"라는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주장 역시 법원의 예리한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이 카페 회장, 부회장 등 카페 내에서 누구나 알 만한 인물들이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법원은 "카페 활동에 관심을 가진 회원이라면, 고소 사건의 경위와 성씨만으로도 처분 대상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한 회원이 게시물을 보고 피해자에게 연락한 사실이 이를 뒷받침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행위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1항(사이버 명예훼손)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판시하며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해당 조항은 설령 공개한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를 유포하면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A씨의 '정의 구현'은 결국 법의 테두리를 넘은 '사적 보복'으로 기록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