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명의 바꿨다가 2억 보증금 날릴 판…옛 확정일자 효력, 되살릴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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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명의 바꿨다가 2억 보증금 날릴 판…옛 확정일자 효력, 되살릴 수 있을까요?

2026. 08. 14 11:14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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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때문에 임차인 변경, 그 사이 낀 선순위 탓에 경매 배당 순위 밀려…전세사기 피해 인정됐지만 '무잉여' 취소 우려

대출금리를 낮추려 전세 계약자 명의를 변경한 세입자가 늦어진 확정일자로 보증금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와 함께 전셋집에 살던 B씨는 대출금리를 아끼기 위해 임차인 명의를 자신으로 바꿨다. 그런데 이 결정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집이 경매에 넘어가자, 명의를 바꿀 때 받은 새 확정일자 때문에 보증금 2억 2,000만 원을 한 푼도 못 받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B씨는 전세사기 피해자로도 인정받았지만, 경매가 아예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큰 상황이다. B씨는 이전 임차인 A씨의 확정일자 순위를 되찾아 보증금을 지킬 수 있을까?


대출금리 아끼려 임차인 명의 바꿨다가…1년 늦어진 확정일자에 '발목'


사건은 2022년 7월에 시작됐다. A씨는 보증금 2억 2,000만 원에 전세계약을 맺고 확정일자를 받았다. 며칠 뒤 A씨와 B씨는 함께 이 집에 전입신고를 하고 거주했다.


문제는 이듬해인 2023년 1월, 대출금리 인하를 위해 임차인 명의를 A씨에서 B씨로 바꾸는 변경계약서를 작성하면서 불거졌다.


B씨는 새 계약서로 확정일자를 다시 받았다. 특약사항에는 '기존 임차인 A에서 B로 명의를 변경하고, 퇴거 시 B에게 보증금을 반환한다'고 명시했다. 별도 보증금 지급 없이 기존 보증금이 그대로 승계됐다.


이후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B씨는 전세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했고, 집을 강제경매에 넘겼다. 하지만 경매 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가 드러났다.


A씨의 2022년 7월 확정일자 기준으로는 선순위 채권이 근저당 14억 4,000만 원뿐이었다. 그러나 B씨의 2023년 1월 확정일자를 기준으로는 그 사이 다른 세입자가 들어와 선순위 임차보증금 2억 9,000만 원이 추가된 상태였다.


이 때문에 B씨의 배당 순위가 뒤로 밀려 보증금을 회수하기 어려워졌고, 경매 절차가 '남는 것이 없다'는 이유(무잉여)로 취소될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명의만 바꾼 것'…계약의 실질 인정되면 옛 순위 승계 가능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B씨가 A씨의 기존 확정일자 순위를 이어받았다고 주장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 계약의 실질이 기존 계약의 '승계'로 인정되느냐가 관건이다.


법무법인 해든 김성돈 변호사는 "기존 임대차 계약의 지배 관계가 단절되지 않고 동일성이 유지된 채 임차인 명의만 변경된 경우, 새로운 명의자 B는 종전 임차인 A가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순위를 그대로 유지·승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로는 ▲임대인이 명의변경 계약서에 직접 동의한 점 ▲새로운 보증금 지급 없이 기존 보증금이 그대로 승계된 점 ▲A씨와 B씨가 2022년부터 함께 거주하며 점유가 끊기지 않은 점 등이 꼽혔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이 세 가지가 승계 주장의 핵심 근거가 된다"고 짚었다.


다만 법원의 판단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나왔다. 법무법인 세림 오치원 변호사는 "보증금반환채권이 이전됐다는 사정만으로 기존 확정일자와 우선변제권 순위까지 당연히 승계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계약서 문구, 임대인의 동의 여부, 실제 점유와 전입 유지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선순위 주장은 배당요구 먼저, 배당이의는 그 다음


변호사들은 B씨의 우선변제권 순위를 되찾기 위해선 경매 절차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당표가 나온 뒤 이의를 제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로버스 법률사무소 신은정 변호사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경매 법원에 배당요구서나 채권계산서를 제출하는 단계부터 승계 사실을 입증하는 두 계약서와 주민등록초본 등을 첨부해 선순위를 명확히 소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민성 변호사는 "선순위 주장은 배당요구 종기 전에 승계 사실을 뒷받침하는 자료와 함께 제출해 두는 것이 원칙이고, 그럼에도 배당표에 반영되지 않으면 배당기일에 이의를 진술하고 배당이의의 소로 이어가는 순서"라며 "둘 중 하나를 고르는 문제가 아니라, 앞 단계를 빠뜨리면 뒤 단계가 막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 경매 취소 막는 데 도움 될까


남은 문제는 경매가 '무잉여'로 취소될 위험이다. 무잉여 취소란 경매를 진행해도 선순위 채권과 절차 비용을 빼고 나면 경매 신청인에게 돌아갈 돈이 없을 때 법원이 직권으로 경매를 취소하는 것을 말한다.


B씨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은 사실이 이 결정을 막는 데 도움이 될까. 변호사들은 법적 효력은 없지만 실무적으로는 상당한 실익이 있다고 봤다.


법무법인(유한) 영진 이장주 변호사는 "LH매입 및 전세사기 피해자의 지위를 주장한다고 무잉여 취소 방지에 도움이 되거나 순위에서 앞서는 사유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법적인 한계를 설명했다.


하지만 신은정 변호사는 "전세사기피해자로서 LH의 피해주택 매입 절차나 우선매수권 행사가 진행 중이라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것은 경매 취소를 방어하고 절차를 원활히 이어가는 데 실무적으로 상당한 실익이 있다"고 분석했다. 법원에 경매를 계속 진행해야 할 공익적 필요성을 설득하는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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