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액 갚겠다” 집주인 각서, 믿어도 될까?
“전액 갚겠다” 집주인 각서, 믿어도 될까?
민사선 ‘채무 인정’ 강력 증거지만 사기죄 처벌은 어려워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약속은 민사소송에서는 채무를 인정한 결정적 증거가 되지만, 형사상 사기죄 성립은 어렵다. / AI 생성 이미지
집이 경매에 넘어갈 위기 속에 “내 개인 돈으로라도 반드시 갚겠다”는 집주인의 약속.
법률 전문가들은 민사소송에서는 채무를 스스로 인정하는 ‘결정적 증거’가 되지만, 이것만으로 형사상 사기죄를 묻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약속만 믿고 기다리기보다 임차권 등기 등 실질적인 법적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졌다.
“내 돈으로 갚겠다” 약속, 민사소송에선 '결정적 증거'
전세 주택이 선순위 근저당 등으로 경매 위기에 처했을 때,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개인적으로 마련해 전액 상환하겠다”고 약속했다면 이는 법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질까?
다수의 변호사는 민사상으로는 임차인에게 매우 유리한 증거가 된다고 입을 모았다.
홍현필 변호사는 “임대인의 구두 약속이나 문자메시지 확약은 민사소송법상 강력한 증거로 활용된다”며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의무를 스스로 인정하는 채무승인의 효력을 가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확약이 있다면) 건물의 경매 진행 여부와 상관없이 임대인 개인의 일반 재산에 대해서도 강제집행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토대가 마련됩니다”라고 그 실효성을 강조했다.
임승빈 변호사 역시 “녹취·카카오톡으로 임대인이 반환 의무와 기일을 명확히 인정하면, 채무 승인은 물론 지급명령·보증금 반환 청구의 핵심 입증자료가 되어 유리합니다”라고 동의했다.
이러한 채무승인은 민법에 따라 소멸시효(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간)를 중단시키는 효과도 있다.
시간벌기용 '미끼'일 수도…사기죄는 왜 성립 안 되나
하지만 이 약속이 형사상 사기죄 처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재평 변호사는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약속은 말 그대로 말뿐입니다”라며 “결국, 임대인의 약속은 시간 벌기용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러한 약속을 했다고 해서, 사기죄가 되지도 않습니다”라고 단언했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약속을 어긴 것을 넘어, 처음부터 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으면서 상대를 속였다는 ‘기망 행위’가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심규덕 변호사는 “단순히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처음부터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합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김명수 변호사 또한 “전세사기 혐의는 임대차계약 당시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 등에 의해 기망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즉, 계약이 끝난 후 “갚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못한 사실만으로는, 계약 당시부터 사기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각서'보다 시급한 것…변호사들이 말하는 '생존법'
결론적으로 변호사들은 집주인의 약속만 믿고 법적 조치를 미뤄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이충호 변호사는 “현 상황에서 더 시급한 것은 임차권등기명령 신청과 배당요구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경매가 시작되면 배당요구를 해야 우선변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사를 가더라도 임차권등기명령을 받아둬야 대항력(제3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승빈 변호사는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제시했다. 그는 “약속은 반드시 변제 시점·금액·재원을 특정해 문자로 받아두시고, 동시에 임차권등기명령과 보증금에 대한 가압류 등 보전처분을 함께 검토해야 실질적 회수가 가능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집주인의 약속은 민사소송을 위한 증거로 확보하되, 보증금을 실제로 돌려받기 위한 행동은 별도로 신속하게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