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300만원 냈는데 '성범죄자 알림e'에 내 얼굴이?…법원의 판단은
벌금 300만원 냈는데 '성범죄자 알림e'에 내 얼굴이?…법원의 판단은
법원, 벌금형 초범에겐 '신상정보 등록' 의무 부과하지만
재범 위험성 낮다고 판단 시 '공개·고지'는 면제 가능성 높아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강제추행 초범으로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으면, 내 얼굴과 주소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될까?
한순간의 실수로 성범죄 전과자가 된 A씨는 자신의 정보가 온 세상에 공개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잠 못 이루고 있다. 성범죄 처벌은 유죄판결로 끝나지 않는다. ‘신상정보 등록’과 ‘신상정보 공개’라는 두 가지 보이지 않는 족쇄가 기다리기 때문이다.
'등록'과 '공개', 하늘과 땅 차이…대체 무엇이 다른가?
많은 이들이 혼동하지만, ‘신상정보 등록’과 ‘신상정보 공개’는 전혀 다른 제도다. 서초동의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등록' 대상자는 되지만 '공개' 대상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 제42조에 따라 강제추행죄로 벌금형만 받아도 '신상정보 등록대상자'가 된다"며 "A씨처럼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으면 10년간 신상정보를 관할 경찰서에 등록해야 할 의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정보는 국가가 범죄자 관리를 위해 내부적으로만 보존하는 정보로, 일반인은 열람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 역시 “신상정보 등록제도는 국가기관이 내부적으로만 정보를 관리하는 것으로, 일반에게 공개하는 제도와는 달리 법익 침해의 정도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바 있다. (헌법재판소 2016. 3. 31. 2014헌마457 등 결정)
'성범죄자 알림e'의 문턱, 법원은 왜 이토록 신중한가?
A씨가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성범죄자 알림e’ 사이트를 통한 ‘신상정보 공개’다. 이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제도로, 법원이 별도로 ‘공개명령’을 내려야만 집행된다.
앞서의 형사 전문 변호사는 "법원은 피고인의 나이, 직업, 재범 위험성, 범행 동기와 과정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특히 성인 대상 성범죄 초범이고 벌금형에 그친 경우, 신상정보 공개로 당사자가 입을 사회적 불이익이 지나치게 크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법원 판결에서도 이런 경향이 드러난다. 한 지방법원은 “신상정보를 공개·고지하여서는 아니 될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된다”며 공개명령을 면제한 바 있다.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보면, 굳이 ‘사회적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공개 처분까지 내리지는 않는다는 취지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18. 6. 11. 선고 2018고단1065 판결)
벌금 300만원의 최종 성적표
A씨의 경우, 강제추행 초범으로 벌금 300만원 처분을 받았으므로 법적 결론은 비교적 명확하다.
첫째, 그는 성폭력처벌법에 따라 10년간 신상정보를 경찰에 등록해야 하는 ‘등록대상자’다. 둘째, 하지만 법원이 재범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해 별도의 공개명령을 내리지 않는 한, 그의 얼굴과 주소가 ‘성범죄자 알림e’에 공개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결국 A씨는 국가의 보이지 않는 관리망에는 들어가지만, 이웃에게 신상이 알려지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한순간의 잘못은 법적 처벌과 함께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등록’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겼다.
하지만 법의 저울은 범죄 예방이라는 공익과 한 개인의 삶을 재건할 기회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잡고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