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 노모의 변심? 아파트 신탁 해지 통보에 숨은 법적 쟁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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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세 노모의 변심? 아파트 신탁 해지 통보에 숨은 법적 쟁점들

2026. 06. 16 12:29 작성2026. 06. 16 12:29 수정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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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한 딸 vs 뒤늦게 나타난 아들…'유언대용신탁' 분쟁 심층 분석

98세 노모가 자신을 간병한 딸에게 아파트를 주는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맺었으나, 아들의 항의 후 해지를 통보해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 AI 생성 이미지

홀로 간병한 딸에게 '아파트 준다'며 유언대용 신탁계약을 맺었던 98세 노모가 아들의 거센 항의 후 돌연 계약 해지를 통보해 왔다.


가족 간의 신뢰가 법적 분쟁으로 비화된 가운데, 법조계는 '계약서의 특약'과 '위탁자의 진정한 의사'가 승패를 가를 핵심 쟁점이라고 지적한다.


신탁법과 최신 판례를 통해 일방적 계약 해지의 가능성과 법적 대응 전략을 심층 분석한다.


간병한 딸에게 '전 재산' 약속…아들 나타나자 뒤집힌 신탁


사건의 발단은 작년 10월, 98세 외할머니가 수술을 받으면서부터다. 퇴원 후 아들인 외삼촌과의 왕래가 끊기자, 딸인 A씨의 어머니는 아예 외할머니 댁으로 주소를 옮기고 상주하며 사실상 홀로 간병을 책임졌다.


이에 외할머니는 작년 12월, 자신을 돌봐 준 딸에게 보답하고자 법무사를 통해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외할머니 생전에는 본인이 아파트의 수익자가 되고, 사후에는 간병한 딸에게 아파트 소유권이 돌아가도록 설계한 계약이었다.


하지만 평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올해 3월, 신탁 사실을 알게 된 외삼촌이 외할머니 댁에 찾아와 크게 항의했고, 그 이후 외할머니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외할머니 명의의 상가 건물이 외삼촌에게 증여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결국 외삼촌은 외할머니의 위임을 받았다며 변호사를 선임해, 어머니에게 "외할머니를 돌보지 않았으니 신탁계약을 해지한다"는 차가운 내용증명을 보냈다.


"마음 바뀌면 끝"?…변호사들이 말하는 '해지'의 조건


어머니 측은 외할머니의 단순한 변심으로 이미 체결된 계약을 무효로 할 수 있는지 법률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전문가들은 해지가 원칙적으로 가능하지만, 여러 조건을 따져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진열 변호사는 "법적으로 이런 신탁은 위탁자인 외할머니가 마음을 바꾸면 언제든 해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위탁자와 수익자가 동일인이므로, 원칙적으로는 단독 해지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다른 변호사들은 해지가 성립하기 위한 까다로운 조건들을 강조했다. 이시완 변호사는 "첫째, 신탁계약서에 해지 제한 특약이나 수탁자 동의 요건이 있다면, 외할머니의 단순한 의사 변경만으로는 해지가 불가능합니다"라고 못 박았다.


더불어 한병철 변호사는 "위탁자가 98세 고령이라면 체결 당시와 해지 요구 당시의 의사능력, 외삼촌의 압박이나 부당한 영향, 신탁계약서상 해지권 유보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외삼촌의 강한 항의 직후 98세 고령인 외할머니의 태도가 돌변했다면, 해지 의사표시가 과연 온전한 정신과 자유로운 의사로 이루어졌는지 법정에서 치열하게 다툴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법원 판례로 본 '유언대용신탁'…해지는 마음대로 할 수 있나


법적 분석에 따르면, 이번 사건의 핵심은 '외할머니의 해지 의사표시가 진정한 자유의사에 기한 것인지' 여부다.


신탁법 제99조는 위탁자와 수익자가 동일인일 경우 원칙적으로 위탁자가 단독으로 신탁을 종료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외삼촌의 항의 후 외할머니의 태도가 급변했다는 점은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민법 제110조)로 취소를 주장할 여지를 남긴다.


특히 외할머니가 98세의 고령이라는 점은 '의사능력' 문제를 중요한 법적 쟁점으로 떠오르게 한다. 법원은 의사능력이란 자신의 행위의 의미나 결과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신적 능력으로, 계약 해지 당시 외할머니가 그 법적 의미와 효과를 충분히 이해했는지를 개별적으로 판단하게 된다.


또한, 변호사들은 신탁계약서 자체에 "위탁자는 수탁자의 동의 없이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와 같은 해지 제한 특약이 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특약이 있다면 외할머니의 일방적 해지는 더욱 어려워진다.


"돌보지 않았다"는 주장, '이것'으로 반박하라


외삼촌 측이 해지 사유로 내세운 '간병 소홀' 주장에 대한 반격 준비도 시급하다. 신은정 변호사는 "상대방이 간병 소홀을 주된 해지 사유로 삼았으므로, 사실이 아님을 반박하는 내용증명을 신속히 발송해야 합니다."라고 조언했다. 이를 위해선 객관적인 증거 확보가 관건이다.


간병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 자료에 대해 홍현기 변호사는 "병원 진료 동행 내역, 처방전 관리, 간병비 지출, 식사·생활비 결제, 통화·문자, 방문기록, 이웃이나 요양보호사 진술, 사진, 일정표 등을 시간순으로 정리하면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라고 상세히 열거했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보다 철저한 증거 수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최종 조언 "감정적 대응은 금물, 증거부터 확보해야"


전문가들은 이처럼 복잡한 분쟁일수록 차분하고 전략적인 대응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김연주 변호사는 "가족 간 신탁과 간병 사실이 함께 얽힌 사안이라 감정 대응보다 계약서, 등기, 실제 부양 자료를 기준으로 단호히 정리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답변 내용증명을 보내는 것은 물론, 외할머니의 위임장 진위 여부 확인도 필수적이다.


이진훈 변호사는 "한 가지 중요하게 짚어드릴 점은, 외삼촌이 외할머니로부터 위임을 받아 행동하고 있다면 그 위임장의 작성 시기와 외할머니의 당시 의사능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나아가 법원에 '성년후견 개시 심판'을 청구해 제3자가 외할머니의 재산을 관리하게 함으로써 외삼촌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김연주 변호사는 "필요하면 해지 효력 부존재 확인, 처분금지 가처분, 유류분 분쟁 가능성까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라며 모든 법적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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