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물었다…'블라인드' 익명 저격 글, 고소 가능성과 승소 전략은?
변호사에게 물었다…'블라인드' 익명 저격 글, 고소 가능성과 승소 전략은?
변호사들 '증거 확보가 관건'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A씨는 어느 날부터 자신을 둘러싼 싸늘한 공기를 느꼈다. 동료들은 그를 피하는 듯했고, 뒤에서 수군거리는 시선이 느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됐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자신을 겨냥한 글이 올라온 것이다.
게시글에는 A씨의 실명이 없었다. 하지만 팀과 담당 업무, 최근 진행한 프로젝트 내용까지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같은 회사 동료라면 누구든 A씨를 떠올릴 수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내용이었다. "사실이 아닌 내용"과 함께 "각종 댓글에서는 저를 유추할 수 있는 각종 표현으로 명예훼손과 모욕을 받았다"고 A씨는 토로했다. 익명의 가면 뒤에 숨은 동료가 쏜 독화살은 A씨의 사회적 평판과 자존심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이름도 없는데, 처벌 가능할까?
변호사들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핵심은 '특정성' 요건 충족 여부다.
법무법인 한일의 이환진 변호사는 "게시글 내용만으로 특정 개인이 식별되는지가 가장 핵심 쟁점"이라며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더라도 표현 내용을 주위 사정과 종합해 볼 때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다면 특정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블라인드 앱의 특수성은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법률사무소 예준의 신선우 변호사는 "블라인드는 같은 직장 동료들이 이용하는 특성상 피해자 특정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좁은 조직 사회 내에서 업무 내용만으로도 당사자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 무엇을 먼저 해야 하나?
변호사들은 '선(先) 형사, 후(後) 민사' 전략을 추천했다. 법무법인 쉴드의 조재황 변호사는 "형사사건에서 유죄 판결이 나면 민사소송에서 유리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며 "정신적 피해와 업무상 지장 등을 종합해 상당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소는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과 형법상 모욕죄를 함께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사 절차를 통해 가해자가 특정되고 유죄가 인정되면, 이를 근거로 제기하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A씨의 사례는 익명의 그늘에 기댄 온라인 명예훼손이 더는 숨을 곳이 없음을 보여준다. 법원이 특정성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하지만, 직장 동료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가 담겼다면 가해자를 법의 심판대에 세울 가능성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