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챗서 “나 미성년자” 고백…대화 끊어도 처벌될까?
랜챗서 “나 미성년자” 고백…대화 끊어도 처벌될까?
미성년자 인지 즉시 대화 종료…아청법 위반일까?

랜덤 채팅 중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알게 됐을 때, 즉시 대화를 중단했다면 처벌 가능성은 매우 낮다. / AI 생성 이미지
“사실 저 미성년자예요.” 랜덤채팅 속 아찔한 대화가 오가던 중 상대방이 던진 한마디. 등골이 서늘해지는 이 순간, 당신은 곧바로 채팅방을 나왔다.
하지만 ‘아청법’이라는 세 글자는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과연 처벌될까?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가 미성년자임을 인지한 ‘즉시’ 대화를 중단했다면 처벌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입을 모았다.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고의(故意)’가 없었음을 증명하는 가장 결정적인 행동이기 때문이다.
통매음 vs 아청법…처벌의 핵심 요건은?
익명의 상대와 나눈 성적 대화는 크게 두 가지 법률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바로 통신매체 이용음란죄(통매음)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이다.
통매음은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따라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상대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메시지를 보냈을 때 성립한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상대방의 암묵적,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면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 대법원 역시 행위의 동기와 경위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통념에 비추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청법 제15조의2는 더 엄격하다. ‘성적 착취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성적 대화를 하는 행위를 처벌한다. 여기서 핵심은 상대가 아동·청소년임을 ‘알고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즉시 종료' vs '지속 대화', 판결 가른 결정적 차이
이번 사안처럼 미성년자임을 알게 된 즉시 대화를 멈춘 행위는 처벌을 피하는 결정적 방패가 된다. 미성년자임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뤄진 행위가 아니므로 아청법의 핵심 구성요건인 ‘고의성’과 ‘지속·반복성’이 부정되기 때문이다.
이는 실제 판결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법원은 카카오톡을 통해 피해 아동이 미성년자임을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성적 대화를 나누고 성매수까지 한 사건(수원지방법원 2023고합751)이나, 성적 착취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에게 성교 행위를 유인·권유한 사건(대전지방법원 2023고합249) 등에서는 명백히 아청법 위반을 인정했다.
반면 이번 사례는 상대의 나이를 인지한 즉시 모든 대화를 중단했다는 점에서 판례의 범죄 사실과는 명확히 구분된다.
변호사들 “처벌 가능성 낮다” 한목소리…관건은 ‘고의성’
다수의 변호사 역시 처벌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김경태 변호사는 “이러한 경우 법적 처벌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처벌되는 행위는 성적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미성년자를 상대했다는 점이 명확히 입증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미성년자임을 몰랐고, 알게 된 즉시 대화를 중단한 점이 중요한 면책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통매음의 경우에도 윤관열 변호사는 “상대방이 동의한 정황이 있다면 처벌 가능성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박성현 변호사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는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의도가 명확히 입증되어야 성립하며, 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은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대화를 지속하거나 의도적으로 성적 목적이 있는 경우에 해당합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만약의 사태 대비책은? “증거 보관과 내용확약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안하다면,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법적 조언도 이어졌다. 김경태 변호사는 “대화 내용과 즉시 중단한 정황 등의 기록을 일정 기간 보관하시는 것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김지진 변호사는 한 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그는 “지금 말씀하신 사실관계 및 팩트를 정리해서 내용확약을 해 두어야 합니다”라며 이를 통해 “추후 사건화 전후로 그래야 수습이 가능합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화 중단 시점 등 객관적 사실관계를 문서로 남겨두는 것이 훗날 자신을 방어할 정황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취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