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위임장에 '도장 마음대로 파서 쓰겠다'…서명하면 재산 날릴까?
상속 위임장에 '도장 마음대로 파서 쓰겠다'…서명하면 재산 날릴까?
땅 주소도 안 알려주고 '너 빼고 팔겠다'는 가족…독소조항 가득한 위임장, 법적 위험은?

공동 상속 토지를 두고 일부 상속인이 위임장 서명을 압박하고 있다. / AI 생성 이미지
13명의 가족과 함께 할아버지의 땅을 공동 상속받은 A씨. 그러나 일부 상속인들이 토지 주소 등 핵심 정보는 숨긴 채 '도장을 임의로 파서 쓰겠다'는 황당한 내용이 담긴 위임장에 서명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당신 빼고 팔겠다'는 협박까지 돌아왔다. 재산권을 통째로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 A씨, 과연 이대로 재산을 빼앗기게 될까?
"당신 빼고 팔겠다"는 협박, 법적 효력이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동의 없이 다른 상속인들이 토지 전체를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 민법은 공유물을 처분하거나 변경할 때 공유자 전원의 동의를 받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민법 제264조).
제로변호사 홍윤석 변호사는 "의뢰인의 동의 없이 다른 상속인들이 토지 '전체'를 임의로 매각하는 것은 법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다른 상속인들이 각자 자신의 '지분'만 제3자에게 파는 것은 가능하다. 이 경우 토지를 사들인 새로운 공유자가 '공유물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A씨를 압박할 수 있다.
법무법인 쉴드 임현수 변호사는 "상대방이 공유물 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이 경매 등의 방식으로 분할을 명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수료 공란·막도장 위임', 서명하면 벌어질 최악의 시나리오
변호사들은 문제의 위임장에 대해 '절대 서명해서는 안 된다'고 한목소리로 경고했다. 수수료율이 공란인 경우, 나중에 상대방이 마음대로 높은 수수료를 적어 넣어 과도한 비용을 청구할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무실에서 도장을 임의로 파서 사용한다'는 조항은 매우 위험하다. 법무법인 우선 조상우 변호사는 "막도장 임의 제작 조항은 서명 순간부터 날인에 포괄적으로 승낙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어, 훗날 무단 날인을 다투기가 오히려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A씨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동산 지분이 헐값에 처분되거나 불리한 계약이 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상대방이 실제로 A씨의 도장을 위조해 계약서 등에 사용한다면 이는 형사 범죄에 해당할 수도 있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만약 상대방 측이 실제로 질문자분 도장을 임의로 새겨 서류에 날인하고 이를 행사한다면 이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에 해당할 수 있는 형사범죄"라고 밝혔다.
"변호사가 아니라 땅 찾아주는 사람"…수상한 대리인의 정체
A씨가 겪은 또 다른 의심스러운 정황은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상속 절차를 실질적으로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위임장을 건넨 변호사 사무실과 통화하던 중, 담당자로부터 "변호사가 아니라 그냥 아래에서 일하는 '땅 찾아주는 사람'"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다.
이는 변호사가 아닌 자가 법률 사무를 취급하는 것으로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는 중대한 문제다.
조상우 변호사는 "통화한 사람이 스스로 밝힌 대로 비변호사가 실무를 맡고 있다면 변호사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고, 소속 지방변호사회 진정 등으로 대응할 여지도 있다"고 말했다.
정보 숨겨도 소용없다…'조상 땅 찾기'로 직접 확인하는 법
다른 상속인들이 토지 정보를 숨기고 있더라도 A씨가 직접 확인할 방법은 있다. 바로 정부가 제공하는 '조상 땅 찾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다.
홍윤석 변호사는 "할아버지의 제적등본, 기본증명서, 의뢰인의 신분증 등을 지참하고 가까운 시·군·구청 지적 부서에 방문해 '조상 땅 찾기 서비스'를 신청하시면, 고인 명의의 토지 내역을 안전하고 명확하게 확보하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안내했다.
이렇게 토지 지번(주소)을 알아내면 대법원 인터넷등기소에서 등기부등본을 발급받아 소유권 관계와 근저당 등 권리 현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변호사들은 위험한 위임장에 섣불리 서명하기 전에, 먼저 상속 재산 현황부터 명확히 파악하고 법적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