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은 소송해서 받아가라"…집주인 사망 후 날아온 상속인의 비정한 통보
"보증금은 소송해서 받아가라"…집주인 사망 후 날아온 상속인의 비정한 통보
전문가들 "승소는 100%…관건은 다른 채권자보다 빠른 '속도전'"

집주인 사망 후 상속인이 보증금 반환을 거부해도 법적으로 임대인 지위를 승계하므로 세입자가 승소한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집주인 사망, 보증금은 소송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법적으로 소송을 걸어서 받아가라." 결혼을 앞둔 세입자 A씨가 집주인 사망 후 상속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거부당했다.
결혼 준비에 한창이던 예비신랑 A씨의 계획은 한순간에 악몽이 됐다. 현재 사는 전셋집 계약 만료를 앞두고 보증금을 빼 신혼집 잔금을 치르려던 참이었다. 이사를 위해 부동산에 연락했다가 집주인이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수소문 끝에 고인이 된 집주인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상속인인 아버지는 "아들 재산은 부모인 우리가 상속받은 것이 맞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돌연 "전세집에 직접 관여할 수 없으니, 소송을 걸어서 받아가라"며 선을 그었다. 확정일자까지 갖춘 적법한 세입자 A씨는 망연자실했다.
상속인이 '모르쇠' 일관, 보증금 받을 길 없나?
법률 전문가들은 A씨가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명백하다고 입을 모은다. 집주인이 사망하면 보증금 반환 의무를 포함한 임대인의 모든 권리와 의무는 상속인에게 그대로 승계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심(心)의 심규덕 변호사는 "전입신고와 주택 인도 후 전세계약을 한 집주인이 사망한 경우, 그 상속인들은 임대인의 지위를 당연히 승계한다"며 "상속인을 상대로 전세보증금 전부에 대한 반환을 청구할 수 있어 승소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소송하면 100% 이긴다는데…무엇을 서둘러야 하나?
승소가 확실하지만, 전문가들은 '속도'가 관건이라고 강조한다. 고인에게 다른 빚이 있었다면 다른 채권자들이 상속 재산에 먼저 압류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내 돈을 지키기 위한 '시간 싸움'이 시작된 셈이다.
법률사무소 새양재의 홍현기 변호사는 "승소 가능성은 매우 높으나, 다른 채권자들이 있을 수 있으므로 빠른 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은 통상 4~6개월이 걸린다. 더 간이한 절차인 '지급명령' 신청도 대안이다. 상대방이 2주 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져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소송비용까지 떠안아야 하나? 부동산 책임은?
소송에 드는 변호사 비용 등은 승소 시 상대방에게 청구할 수 있다. 로펌 정주의 배대혁 변호사는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용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법원이 정한 상한선(변호사보수의 소송비용 산입에 관한 규칙)이 있어 실제 지출한 비용 전액을 돌려받지는 못할 수 있다.
한편, 집주인의 사망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은 부동산 중개인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률사무소 태린의 김민규 변호사는 "중개인이 사망 사실을 명백히 알고도 숨겼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A씨의 법적 권리는 확실하지만, 그 권리를 실현하는 과정은 험난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소송에 앞서 상속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정식으로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압박하는 것이 첫 단계라고 조언한다. 법의 문을 두드리기 전, 마지막 대화의 시도가 때로는 가장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