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서 집 지켜라?" 섣부른 소송의 함정
"이혼해서 집 지켜라?" 섣부른 소송의 함정
'가처분 위한 이혼' 전략, 상속·연금까지 잃을 수도

중병에 걸린 배우자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녀의 압박으로 이혼하는 것은 상속권과 유족연금을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 / AI 생성 이미지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아야겠습니다." 20년간 함께한 남편이 병상에 눕자, 남편의 자녀들이 재산 처분을 압박해 온다.
일부 법조계에선 '이혼 소송으로 가처분을 걸어 집을 지키라'고 조언하지만, 다수 전문가는 "상속과 유족연금까지 모두 잃는 최악의 수가 될 수 있다"며 '성년후견'을 통한 재산 통제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경고한다.
"일단 이혼 소송부터"…달콤하지만 위험한 유혹
중병에 걸린 배우자의 재산을 자녀들이 처분하려 할 때, 일부 변호사들은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제기해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을 받는 전략을 제시한다. 가처분으로 일단 집이 팔리는 것을 막고, 소송은 최대한 지연시키는 방식이다.
임현수 변호사는 이 전략의 논리에 대해 "소송 도중 배우자께서 돌아가신다면 이혼 소송은 그대로 종료되고, 어머니께서는 정상적인 상속권과 유족연금 수급권을 인정받게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만약의 경우 배우자가 사망하면 혼인관계가 유지된 채 상속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전략은 '시한폭탄'을 안고 가는 것과 같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박선하 변호사는 "우리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끌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며 소송 지연의 불확실성을 경고했다.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소송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은정 변호사 역시 "예측과 달리 이혼이 먼저 확정되어 버리면 상속권과 연금 수령권을 모두 잃게 되는 큰 위험이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이혼이 확정되는 순간, 20년의 결혼생활과 무관하게 법적으로 남이 되어 모든 권리를 잃게 된다는 것이다.
상속·연금 지키는 열쇠, '성년후견'
다수의 변호사들은 위험한 이혼 소송 대신 '성년후견'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한 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년후견은 질병이나 노령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해진 사람을 위해 법원이 후견인을 지정해 재산을 관리하고 보호하는 제도다.
김연주 변호사는 "어머니를 후견인으로 선임하면 재산 처분을 통제할 수 있어 불필요한 매각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다"며 이 방법이 가장 직접적이라고 설명했다.
후견인이 되면 부동산 매각과 같은 중요한 재산 처분 행위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가능하다. 윤승진 변호사는 "후견인으로 등록되면 이후 부동산 매매·담보 설정 등은 가정법원 허가 없이 할 수 없어, 사실상 집을 팔지 못하게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혼 소송 없이도 재산 처분을 막고, 혼인관계는 그대로 유지되어 상속권과 유족연금 수급권까지 온전히 지킬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혼 확정 순간, 20년 세월은 물거품
전문가들이 '이혼 선행' 전략을 만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혼이 확정되었을 때 발생하는 치명적인 불이익 때문이다.
이동규 변호사는 "이혼이 확정되면 상속권과 유족연금 수급이 모두 끊깁니다"라고 단언했다. 배우자 사망 시 상속 1순위인 법적 지위와 배우자 연금에 기반한 유족연금을 받을 권리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이다.
박선하 변호사 또한 "이혼 소송이 확정되면 20년 혼인 생활의 결과인 상속권과 유족연금이 즉시 소멸하기 때문"이라며 이혼 전략의 위험성을 재차 경고했다.
결국 현재 상황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응 순서는 이혼 소송이 아닌 성년후견 절차를 통해 재산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이다.
김연주 변호사는 "현재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인 순서는 '후견을 통한 재산 통제 → 상황에 따라 가처분 보완 검토 → 이혼은 최후 수단으로 신중 판단'"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