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W가 뭐죠?" 경찰의 한마디…2년째 피눈물 흘리는 주식사기 피해자
"ELW가 뭐죠?" 경찰의 한마디…2년째 피눈물 흘리는 주식사기 피해자
경찰의 황당 질문 "ELW가 뭐죠?"…'실적주의'에 멍드는 금융사기 수사 현장

주식 사기 피해자들이 경찰의 전문성 부족과 실적 위주 수사 시스템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주식 사기보다 무서운 '수사 무능', 피해자가 직접 범인 잡는 나라
주식 리딩방 사기로 전 재산을 잃은 A씨는 지난 2년간 범죄 조직이 아닌, 국가의 무관심과 싸워야 했다. 주식 사기보다 더 무서운 것은 '수사의 무능'이었다. 범인을 잡아달라는 절규는 금융 범죄의 '금'자도 모르는 수사 시스템의 벽 앞에서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됐다.
"축구 규칙도 모르는 심판에게 경기 맡긴 꼴"
A씨가 처음 경찰서 문을 두드렸을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담당 수사관의 첫 질문에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A씨가 피해 사실을 설명하며 "ELW(주가연계증권, Equity Linked Warrant) 사기"라고 말하자, 수사관은 고개를 갸웃하며 되물었다. "ELW가 뭐죠?"
마치 월드컵 결승전에 나선 심판이 선수에게 "오프사이드가 뭐죠?"라고 묻는 격이었다. 복잡한 파생상품과 조직적 범죄 구조를 파헤쳐야 할 금융범죄 사건이, 단순히 주소지 관할이라는 이유로 전문성 없는 일반 경제팀에 배당된 결과였다.
수사는 2년간 표류했고, 경찰은 주범 1명만 검찰에 넘겼을 뿐 공범 3명의 신원조차 특정하지 못했다. 거대 금융사기 사건은 그렇게 '개인 간 돈 문제'로 쪼그라들었다.
"실적 안 되는 고소 사건, 수사는 뒷전?"
왜 수사는 확대되지 못하고 겉돌았을까. 법조계에서는 경찰 내부의 '실적주의'를 원인 중 하나로 지목한다. 경찰이 자체적으로 범죄를 인지해 수사하는 '인지수사'는 검거 실적이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된다. 반면 피해자의 고소로 시작된 사건은 실적 평가 비중이 낮아, 수사를 확대하기보다 빨리 종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포통장, 조직적 투자 권유 등 명백한 조직범죄의 증거들이 있었음에도 수사가 개인 사기라는 틀을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다. 피해자가 아무리 조직범죄라고 외쳐도, '실적'이 되지 않는 사건에 수사력을 투입할 유인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기다리면 끝장"…전문가들이 제시한 '금융사기 피해자 3단계 행동 강령'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결코 특별한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수사기관만 믿고 기다리는 '객체'가 아닌, 수사를 이끄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강력히 조언했다. 이는 금융사기 피해자를 위한 실전 대응 매뉴얼이기도 하다.
1단계: 수사관을 '학생'에서 '전문가'로 만들어라.
담당 수사관의 전문성이 부족하다면, 피해자가 직접 '교사'가 되어야 한다. 윤영석 변호사(법무법인 베테랑)는 "수사관이 유죄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범죄의 구조, 법리적 쟁점, 명확한 증거를 담은 변호인 의견서를 통해 사건의 본질을 떠먹여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사관이 사건을 쉽게 이해하고 확신을 갖게 만드는 것이 첫걸음이다.
2단계: '심판'을 바꿔 경기의 판을 흔들어라.
교육으로도 바뀌지 않는다면, '심판' 자체를 교체해야 한다. 심준섭 변호사(법무법인 심)는 "검찰에 수사지휘 건의서를 제출해 사건을 상급 경찰관서의 전문 부서(지능범죄수사대 등)로 이첩하도록 요청하거나,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처럼 전문 수사기관에 직접 고소하는 방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 경제팀이 아닌 금융범죄 전문가에게 사건을 맡기는 것이다.
3단계: '여론'을 움직여 수사기관을 압박하라.
궁극적으로 피해자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사건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확보된 증거로 범죄의 조직성을 부각하고, 법리적으로 수사기관을 압박하며, 필요하다면 언론을 통해 여론을 환기하는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국가가 제 역할을 못 할 때 국민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지켜내야 한다는 씁쓸한 현실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의 조언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앉아서 당하지 마십시오. 수사팀부터 바꾸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