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 영양제냐" 욕설 전화에 업무 마비…'도플갱어' 회사에 발목 잡힌 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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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영양제냐" 욕설 전화에 업무 마비…'도플갱어' 회사에 발목 잡힌 스타트업

2025. 10. 31 12:11 작성
최회봉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caleb.c@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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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 상호 쓰는 영양제 회사 때문에 항의 전화에 시달리는 광고대행사 대표. 법률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내용증명'부터 '상호사용금지' 소송까지 해결책을 알아본다.

한 광고대행사 대표가 비슷한 상호의 영양제 판매 회사 때문에 억울한 항의 전화에 시달리며 사업 위기를 맞았다./챗 지피티 생성 이미지

"웬 영양제냐" 욕설에 계약 파기…'유령 회사' 때문에 망해가는 내 사업


수화기 너머로 터져 나오는 고성과 욕설. 2023년 광고대행사를 창업한 A씨의 하루는 정체불명의 항의 전화로 시작된다. 문제는 그가 판매한 적도 없는 '영양제' 때문에 벌어진다는 사실이다.



영양제 안 시켰다!… 내 회사를 공격하는 낯선 번호들


"다짜고짜 '이 영양제 뭐냐', '구매하지도 않았는데 왜 강매하냐'며 화를 내셨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통씩 걸려 오는 전화는 새로운 광고 계약 문의가 아니었다. A씨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로 빗발치는 항의에 어안이 벙벙했다. 하루 이틀이면 끝날 줄 알았던 악성 민원은 현재까지도 그의 업무를 완벽히 마비시키고 있다.


사태 파악에 나선 A씨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됐다. 자신과 비슷한 상호를 쓰는 회사에게 판매한 영양제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해당 업체에 불만을 품은 소비자들이 고객센터 연결이 되지 않자, 인터넷 검색창에 가장 먼저 노출된 A씨 회사에 불만을 터뜨린 것이다.



"해결하겠다"던 약속은 거짓말이었나


A씨는 곧장 영양제 판매 업체 대표에게 연락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상대방은 "택배 상자 안에 고객센터 연락처를 명시하는 등 조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되어 돌아왔다.


항의 전화는 끊이지 않았고, 전화를 건 소비자들은 "고객센터가 전화를 받지 않아 검색했더니 당신 회사가 나왔다"고 토로했다. A씨가 자신의 사업을 알리기 위해 밤낮으로 공들여 만든 블로그와 홈페이지가 오히려 그의 사업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버린 기막힌 상황이었다.



법원 "남의 이름에 묻어가려는 '부정한 목적' 있다"


법률 전문가들은 A씨의 사례가 '부정경쟁방지법'에서 금지하는 '영업주체 혼동 행위'(다른 사람의 사업과 혼동하게 만들어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법무법인 창세의 김정묵 변호사는 "타인의 영업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행위는 명백한 부정경쟁행위로, 이를 즉각 중단하도록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법원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호와 유사한 것을 사용해 소비자의 혼동을 일으키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판단한 바 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89230 판결). 특히 A씨의 사례처럼 상대 회사가 고객 응대를 의도적으로 회피해 피해가 제삼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되는 상황은 '부정한 목적'이 인정될 핵심 근거가 될 수 있다.


'내용증명' 최후통첩부터 '상호 사용금지' 소송까지


전문가들은 단계적인 법적 대응을 조언한다. 첫 단계는 '내용증명' 발송이다. 내용증명은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의 문서를 누구에게 보냈는지 우체국이 공적으로 증명해주는 제도로, 법적 조치에 앞서 보내는 '최후통첩'과 같은 효력을 갖는다.


김정묵 변호사는 "내용증명에 상호 사용 시점, 구체적인 피해 사례, 상호 사용 중단 요청을 명확히 기재하고, 시정되지 않을 시 민·형사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용증명에도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법원에 '상호사용금지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는 상대방이 유사 상호를 아예 사용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강제하는 가장 강력한 조치다. 이 과정에서 A씨가 입은 영업 손실에 대한 손해배상(민법 제750조, 불법행위 책임)도 함께 청구할 수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장 확실한 방패는 '상표권 등록'이다. 내 상호를 상표로 등록하면 동일·유사 업종에서 다른 사람이 해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막는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A씨처럼 억울한 피해를 막기 위한 가장 확실한 예방주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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