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큰소리치더니 필리핀 도주? 전세사기 수사관 잡을 결정적 열쇠는 '불법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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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로" 큰소리치더니 필리핀 도주? 전세사기 수사관 잡을 결정적 열쇠는 '불법체류'

2025. 12. 08 13:39 작성
조연지 기자의 썸네일 이미지
yj.jo@lawt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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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스텔 70채 갭투자로 전세사기 후 해외 도피

"법적 대응하겠다" 큰소리치더니 휴직계 내고 출국

본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형 AI로 만든 이미지

범죄를 수사하고 단죄해야 할 현직 검찰수사관이 도리어 서민들의 전 재산을 가로채 해외로 도주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중앙지검 소속 수사관 A씨가 화성 동탄 일대에서 오피스텔 70여 채를 이용한 전세사기 행각을 벌인 뒤 필리핀으로 도주해 충격을 주고 있다. 피해자들에게는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으름장을 놓았던 그가 선택한 것은 정작 '법망을 피한 도주'였다.


단순한 개인의 일탈을 넘어 법 집행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든 이번 사건의 전말과 그가 노린 법적 허점, 그리고 그를 다시 국내로 송환할 실효적인 방안을 집중 분석했다.


수사관의 두 얼굴: 70채 오피스텔 뒤에 숨겨진 '깡통전세'의 덫

사건의 발단은 무리한 '갭투자'였다. A씨는 자기 자본 없이 임차인의 보증금만으로 주택을 매입하는 방식을 통해 화성 일대에 주거용 오피스텔 등 70여 채를 사들였다.


문제는 계약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서 터졌다. 지난 9월 말부터 임차인들은 "계약이 끝났는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19명, 피해 금액은 25억 원에 달한다. A씨가 보유한 부동산 규모를 감안할 때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A씨는 피해자들의 항의에 "법적 대응" 운운하며 시간을 끈 뒤, 피소가 임박하자 검찰청에 휴직계를 내고 곧바로 필리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수사기관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수사망이 좁혀오기 직전 '골든타임'을 노려 출국한 셈이다.


"갚을 능력 없었다"... 법원이 보는 '사기의 고의'

A씨는 단순 채무 불이행을 주장할지 모르지만, 법조계의 시각은 다르다. 우리 법원은 임대인이 처음부터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음에도 이를 숨기고 계약을 맺었다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본다.


부산지방법원 판례(2023고단1485)는 "별다른 수입원이나 자산이 없는 상태에서 보증금 대부분을 대출이자나 채무변제에 사용하는 구조였다면, 계약 종료 시 보증금 반환 능력이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사기죄를 인정한 바 있다.


A씨 역시 70여 채의 부동산을 감당할 별도의 수입원이 불분명하고, 피소 직전 해외로 도주했다는 점은 '변제 의사 없음'을 스스로 증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피해액이 5억 원을 넘기 때문에 형법상 사기죄보다 형량이 무거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법)'이 적용되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더욱이 법 집행 공무원이라는 신분은 양형에 치명적이다. 울산지방법원(2023고단2861)은 전직 검찰수사관의 범죄에 대해 "수사 과정에서 불량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을 들어 엄벌한 전례가 있다.


인터폴 적색수배? "시간이 너무 걸린다"

경찰은 즉각 A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여권 무효화 조치도 요청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A씨를 당장 데려오기 어렵다.


일반적인 '범죄인 인도 청구' 절차는 법무부와 외교부를 거쳐 상대국 정부와 협상을 해야 하므로 절차가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헌법재판소 결정례(2019헌마890)에 따르면, 필리핀에서 범죄인 인도 절차를 밟다가 실제 송환되기까지 무려 9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 A씨가 이를 악용해 필리핀 현지에서 재판을 지연시키며 버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전의 열쇠: A씨의 치명적 실수 '불법체류'

그러나 A씨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불법체류자' 신분이다. 필리핀의 무비자 체류 기간은 30일이다. A씨는 이미 이 기간을 넘겨 불법체류 상태가 되었다.


이 지점이 사건 해결의 '스모킹 건'이 될 수 있다. 복잡한 범죄인 인도 조약 대신, 필리핀 이민국법에 따른 '강제 추방' 형식을 취하면 훨씬 신속한 송환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중앙지방법원(2018고단6047) 판결을 보면, 필리핀에서 불법체류 신분으로 구금되어 있다가 한국으로 송환되어 처벌받은 사례가 있다. 우리 정부가 필리핀 당국에 "A씨는 귀국의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범법자"라는 점을 강조하여 강제 추방을 요청하는 것이 가장 실효적인 전략이다.


남겨진 과제와 피해자들의 눈물

A씨가 잡혀온다고 해도 피해자들의 돈이 바로 돌아오는 것은 아니다. A씨 명의의 재산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선순위 채권 등으로 인해 보증금을 온전히 건지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피해자들은 형사 재판 중 '배상명령'을 신청하여 집행권원을 확보하거나,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특별법'에 따른 피해자 인정을 받아 경매 우선매수권 등의 지원책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법을 수호해야 할 공직자가 법을 악용해 서민을 울리고 해외로 도주한 이번 사건. '범죄인 인도'라는 정공법보다는 '불법체류자 추방'이라는 실질적 해법을 통해 A씨를 하루빨리 국내 포토라인에 세우는 것이 정의 구현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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